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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6 19:36 수정 : 2006.07.26 22:44

교사 때려치운 청소부와 돈 많고 직업 좋은 친구들
수다로 웃기면서도 스산 제니퍼 애니스턴 ‘성숙 연기’

영화 ‘돈 많은 친구들’

성공신화와 로맨스의 판타지를 더는 믿지 않는 나이에 들어선 네 여성의 우정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린 영화 〈돈 많은 친구들〉은 언뜻 텔레비전 시리즈인 〈섹스 앤 시티〉를 연상시킨다.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은 실제로 〈섹스 앤 시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작품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넓은 간격이 있다. 〈섹스 앤 시티〉의 네 친구는 전문직이라는 같은 계급적 위치에 있지만 〈돈 많은 친구들〉에서 한 친구는 자식의 학교에 200만달러의 기부금을 내고 다른 친구는 청소를 해서 하루에 50달러를 번다. 과연 그들이 함께 앉은 테이블에 〈섹스 앤 시티〉 주인공들이 예찬하는 우정이라는 게 들어설 자리가 있을까? 영화는 쉽게 단정짓지 않으면서 재치있게 돈과 우정의 관계를 탐색한다.

올리비아(제니퍼 애니스턴)는 돈 많고 버릇없는 학생들에게 질려 사립학교 교사를 때려치우고 일용직 청소부로 일한다. 오랜 친구인 제인(프랜시스 맥도먼드)과 크리스틴(캐서린 키너), 프래니(조앤 큐잭)는 올리비아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든든한 남편이나 애인도 없는 여자가 변변한 직장까지 차버리는 건 사회적 죽음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의 삶이 윤택한 건 아니다. 잘나가는 디자이너인 제인은 늘 화가 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사소한 잘못도 참지 못하고, 남편과 공동작업을 해온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틴은 남편과 자신이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는 걸, 즉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걸 깨달으며 이혼을 결심한다.

〈돈 많은 친구들〉은 세련된 수다로 관객을 웃기면서도 냉정하다. 올리비아에게 돈과 남편이 없다면 다른 친구들이 갖지 못한 개성과 장점이 있을 거라고 관객은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떠나간 유부남을 전화 스토킹을 하고 별볼일없는 남자에게 알량한 돈벌이조차 뜯기는 그는 대체로 한심하다. 반면 가장 돈 많은 프래니는 넷 가운데 마음도 가장 너그럽고 남편과도 원만하다. 다만 올리비아가 친구임을 부끄러워하는 남편과의 대화 장면에서 관객은 그 너그러움의 진심을 슬쩍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네 친구가 테이블 위에서 나누는 ‘드러나는’ 대화가 아니라 그 언저리나 바깥에 흘려지는 말들과 심리의 결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데 있다. 결혼한 세 친구는 모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남편에게 다른 친구들에 대한 우려를 한다. 그 우려는 실은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고 남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삶이 문제없음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확인하지만 결국 삶은 문제투성이의 실체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한심한 올리비아의 유일한 미덕이라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문제도, 결함이 아닌 그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수다스런 코미디치고는 꽤나 스산한 여운을 남긴다. 〈워킹 앤 토킹〉에서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느끼는 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유쾌하게 그려냈던 감독의 연출력도 뛰어나지만 삶의 피로와 이 피로를 감추려는 약간의 가식이 섞인 네 중견 여배우의 뛰어난 연기 조화가 멋지다.

특히 시트콤 〈프렌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레이철로만 제니퍼 애니스턴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애니스턴은 깜짝 놀랄 만큼 성숙한 연기를 펼친다. 28일 하이퍼텍나다 단독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하이퍼텍나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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