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31 20:13
수정 : 2006.07.31 20:13
미국 교외의 주택가에 특이한 집이 하나 있다. 할아버지 혼자 사는 이 집은 겉보기도 을씨년스럽지만, 집 정원에 한 발이라도 내디디면 할아버지가 나와서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집에 오지 말라는 것이다. 이 집 건너편에서 사는 소년이 그 집 마당에 떨어진 농구공을 주우러 갔다가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있는 힘을 다해 화를 내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그날 밤, 사람이 없어야 할 이 집에 등불이 켜지고 굴뚝엔 연기가 나더니, 마침내 집이 스스로 움직이며 방문객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몬스터 하우스〉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건너편 집의 소년과 그 친구들이 이 ‘귀신 들린 집’의 비밀에 다가가는데, 거기서 드러나는 건 할아버지의 슬픈 사랑 이야기이다. 소년과 친구들의 대사가 재치있고, 할아버지의 사연이 끔찍함에도 영화는 그걸 경쾌하게 잘 풀어간다. 유령 귀신 등등,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도 의인화해 인간과 엮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는 그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바탕에 서글픈 사연을 하나 깔고 가는 건 팀 버튼의 영화와 닮았지만, 막판의 휘몰아치는 액션 속에 여러 감흥들을 증발시킨다는 점에선 전형적인 롤러코스터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분위기는 신선하지만 여운이 적고 전반적으로 가볍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제작자 로버트 저메키스다. 〈백 투 더 퓨쳐〉 〈포레스트 검프〉 등을 감독한 그는 2004년 애니메이션에 본격적으로 도전해 〈폴라 익스프레스〉의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그가 ‘귀신 들린 집’이라는 아이디어에 이끌려 다시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나섰고, 여기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제작자로 합류했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딱딱했던 사람들의 표정과 동작 연기를 보완하는 데에 공을 들인 탓에, 〈몬스터 하우스〉는 삼차원 연산 컴퓨터그래픽(3D) 애니메이션 중에서 표정 연출이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편이다. 또 ‘귀신 들린 집’이 직접 액션을 펼치는 뒷부분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연출하기 힘들 것같다. 그럼에도 동물이나 로봇 아닌 사람이 중심이고, 캐릭터와 유머를 중시하는 이 영화는 실사로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도 한다. 스티브 부세미, 캐서린 터너, 매기 질런홀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10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소니픽처스릴리징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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