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2 20:27
수정 : 2006.08.02 20:27
“공포의 끝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공포의 극한까지 자기를 밀어붙이라는, 조폭스러운 말인 듯하면서도 그걸 통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을 건넨다. 자해(害)를 부추기는 듯하지만 실은 자애(愛)를 부추기는 따듯한 말이다. 어차피 어떤 공포에 사로잡혀 힘들게 살고 있는 이에게라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플라이 대디〉가 호소하는 정서는 이 대사 한 줄에 집약돼 있다. 힘 앞에서 위축되는 소시민 남자가 자기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육체를 학대하고 단련하는 장으로 스스로를 내모는 이야기는 일본 기획 영화의 전형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영화로 소심한 샐러리맨이 레슬링장을 찾는 〈반칙왕〉이 있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원작인 〈플라이…〉는 주인공 남자의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든다.
부장 승진을 앞둔 중년의 샐러리맨 장가필(이문식). 고교생 딸이 남자 고교생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입원했다. 그런데 이 남자 고교생은 건방지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고교 권투 챔피언으로 싸움도 잘 하고 집안도 좋다. 이런저런 주변인들을 동원해 장가필에게 화해를 강요하고, 장가필은 그 앞에 무기력하다. 괴롭다. 딸조차 그를 안 보려 한다. 마침내 우연히 알게 된 고교 싸움짱 승석(이준기)의 지도 아래 맹훈련에 나선다. 목적은 딸아이를 폭행한 남자 고교생을 두들겨 패고, 아버지의 자리를 되찾는 것. 그러나 힘든 훈련을 해나가면서 이게 자기와의 싸움으로 바뀐다. 승석이 묻는다. “공포의 끝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런 대사 한 줄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몇 십 점은 받을 수 있다. 영화 〈플라이…〉는 그 몇 십 점을 얻고,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장가필을 위기로 내모는 초반 상황의 연출엔 작위성이 넘치고, 승석의 캐릭터 연출은 폼을 살리려고 애쓸 뿐 정작 인물 묘사엔 살이 붙지 못하지만, 잘 짜인 원작의 설정에 힘입어 후반부에서 조금 기운을 회복한다. 3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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