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1 17:59
수정 : 2006.08.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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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ll Monty, 영국,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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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의 실직을 위로하기위해 친구들이 모였다. 처자식 있는 30대 가장의 실직. 중소기업에 다니던 그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모범생이었는데 회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노조를 들먹이던 나에게 늘 회사의 편을 들었던 친구였기에 더욱 마음이 안 좋았다.
술잔이 오가고 새로운 일에 대한 이야기들은 로또에 목숨 걸어야한다, 안되면 옷이라도 벗어야지라는 친구의 농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친구의 농담은 나에게 영화 풀몬티(The Full Monty, 영국, 1997)의 가즈를 떠올리게 했다.
철강회사에 다니던 가즈는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가 된다. 그리고, 양육비를 벌지 못하면 이혼한 아내가 데리고 있는 자신의 아이마저 볼 수 없는 처지다. 자존심때문에 이혼한 아내가 제안하는 푼돈의 일거리를 거절하지만 막막하다. 그러던 중 동네 여성전용 클럽에 들렀다가 남자댄서들의 스트립쇼를 보게 되고 돈벌이를 위해서 옷을 벗기로 결심한다.
실직한 친구들을 모으고 함께 할 사람들까지 구하지만, 축 처진 뱃살에, 댄스실력도 없는 그들에게 팔릴만한 상품성은 없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그러던 중 댄스연습을 하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기에 이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소문이 퍼지면서 표가 매진된다. 그럼에도 데뷔무대에 나서는 순간까지 자존심때문에 망설이던 가즈는 드디어 영화 제목처럼 홀딱 벗어버린다.
옷이라도 벗어야지라는 친구의 말에 웃으며 같이 벗어줄게라고 했지만 그만큼 직장 구하기가 힘든 현실은 말할 것도 없고, 매주 로또대박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 인간의 몸이 상품이 되어 팔려야하는 현실 앞에서 씁쓸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가즈를 바라보는 감독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직장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현실 앞에서, 좀 더 좋은 직장에 대한 고민은 한가한 것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실직과 취업에대해 걱정하는 친구와 가즈에게 난 어떤 위로의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하루라도 빨리 자기 삶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회사의 구조조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줄 노조에 적극 가담하고 나아가 노조를 지지해 줄 정당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충분한 대가와 안정된 직장생활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행복한 삶에 대한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 특히 tv나 언론에서 광고하는 행복한 삶에 대해 의문을 품고 남들 하는대로 무조건 따라하면서 살지 않는 것이다.
남들의 행복은 충분히 참고하면서 자기만의 행복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간다면 그 과정 자체가 이미 행복한 삶일 것이다. 물론,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삶의 주인이 된다면 실직과 취업의 걱정을 조금은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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