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9.04 19:40 수정 : 2006.09.04 19:40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서울 변두리 유흥가쯤 돼 보이는 동네. 영운(김승우)은 어머니가 운영하는 갈빗집 일을 돕는 사장 2세이고, 연아(장진영)는 같은 동네 룸살롱의 접대부이다. 연아가 갈빗집에 와서는 영운에게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라고 말하고, 영운은 정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아와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4년 뒤’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둘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고, 영운과 연아의 소위 말하는 ‘육정’은 영운과 정혼녀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영운의 어머니는 결혼을 종용하고, 연아는 정혼녀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며 연애를 시작했지만 영운의 결혼이 예사로울 수 없다.

호스티스와 여염집 남녀의 삼각관계는 한국과 일본 영화에서 수없이 다뤄온 소재다. 호스티스와 여염집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인식의 벽이 워낙 두터운 탓에, 이런 영화들은 일반 멜로와 별도로 ‘호스티스 영화’라고까지 불려왔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그 벽이 별게 아니라는 듯, 로맨틱코미디의 분위기로 시작한다. 어느 쪽으로 가든 우선 중요한 건 캐릭터와 디테일이다.

영운은 착한 대신 우유부단하고 마마보이에 가깝다. 모든 핑계를 어머니에게 돌린다. 연아는 과단성 있고 시원시원하다. 남녀의 역할이 바뀐 듯도 한데, 이게 영운의 결혼이 다가오면서 달라진다. 영운은 비겁해지고, 연아는 나약해지며 그 순간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에서 진한 멜로로 분위기의 전환을 시도한다.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던 사회적 인식의 벽 앞에 두 캐릭터가 갇혀서 꼼짝 못하게 되는 순간에 높아지는 리얼리티는 안쓰러움을 동반하면서 영화에 여운을 쌓는다. 이런 순간이 몇차례 더 있는데, 문제는 디테일과 전체적인 리듬이다.

영화는 영운과 그의 동네 친구들의 소사회를 자주 비춘다. 대체로 백수인 이 친구들은, 모이면 실없는 소리를 열심히 하거나 어쩌다 돈 생기면 여자 나오는 술집을 전전한다. 이런 별 볼일 없는 변두리 청춘 문화의 중계가, 영화의 무대를 갑남을녀의 소탈한 생활 공간으로 끌어내리는 구실을 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나오며 종종 허접해 보인다. 또 연아의 캐릭터가 겉은 씩씩한 데 반해, 실제 모습은 관습적 호스티스 영화의 수동적인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시시콜콜한 코미디와 진한 멜로가 뒤섞이는 영화의 리듬도 혼잡해, 떨치지 못하는 긴 애증의 애틋함을 전하려는 의도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다. 〈블루〉 〈파이란〉의 시나리오 작가 김해곤의 감독 데뷔작이다. 7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