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9.18 19:59 수정 : 2006.09.18 19:59

‘경제성장’이 절대 가치였던 1970년대. ‘돈’ 버는 데 한계를 느낀 정부는 ‘입’이라도 줄여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현실로 만들려 한다. 버는 돈이 같을 때 먹는 입이 줄면 경제성장률은 높아진다는 셈법. 산아제한 홍보영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도 효과가 없자, 정부는 전국 각지로 가족계획요원을 파견한다.

〈잘 살아보세〉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가 난무하던 1970년대, 전국 출산율 부동의 1위로 대다수 주민들이 거지꼴을 못 면하고 사는 농촌마을 용두리를 무대로 한다. 이 마을에 가족계획 요원 박현주(김정은)가 파견된다. 하지만 ‘농사 중에 자식농사가 최고’라는 굳은 신념으로 똘똘 뭉친 주민들은 현주를 ‘위험인물’로 낙인찍는다. 현주는 소작농 석구(이범수)·순이(전미선) 부부를 설득해 용두리 가족계획을 실천하려 하지만, 용두리 유지 강 이장(변희봉)과 그 둘째아들 창수(안내상)은 집요하게 훼방을 한다.

처녀 가족계획 요원이 피임에 무지한 마을 주민들에게 피임법을 가르치는데, 윤활크림을 손으로 발라줘야 하는 구식 콘돔과 정관수술 등 각종 피임방법들이 등장하고, 난생처음 이를 접한 마을 주민들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실수들을 연발한다. 이런 식으로 〈잘 살아보세〉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때에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기대에 못미치지도, 넘치지도 않는’ 웃음거리를 제공한다. 또 신·구 대결로 치닫는 현주·석구네와 강 이장 일가의 대립 등 이야기도 후반까지 큰 무리가 없다.

〈가문의 영광〉의 전라도 사투리에 이어, 이번엔 경상도 사투리까지 능청스럽게 구사하는 김정은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다만, 영화 말미에 석구와 순이 부부가 도를 넘게 갈등한다거나, 악덕 지주 강 이장이 마을의 진정한 정신적 지주로 돌변하는 등 결말은 불안하고 생뚱맞다. 〈오버 더 레인보우〉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안진우 감독이 연출했다. 28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굿플레이어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