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9.27 19:49 수정 : 2006.09.27 19:49

구미호 가족

아버지(주현), 아들(하정우), 큰딸(박시연), 작은딸(고주연) 이렇게 넷으로 구성된 구미호 가족이 대도시로 온다. 이들 구미호는 천년 만에 한번 오는 중요한 날에 살아있는 인간의 간을 먹으면 인간이 된다. 그날을 앞두고 간 사냥을 하기 위해서다. 서커스를 하며 살아온 듯한 이 가족은 대도시 구석 공터에 대형 천막을 치고 근거지를 확보한 뒤 납치 감금할 인간들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도시에서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담당 형사는 구미호 가족을 주목한다. 그 와중에 빚에 쪼들리는 사기꾼 한명(박준규)이 이 천막에 들어오게 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 이형곤 감독의 데뷔작인 〈구미호 가족〉은 한국 영화에서 드문 뮤지컬을 시도한다. 8곡을 출연자들이 춤추며 부르면서, 가족과 구성원 각자의 사연을 그 안에 녹여넣는다. 영화는 〈안녕 프란체스카〉와 〈록키 호러 픽처쇼〉의 흥미로운 요소들을 한데 담으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구미호 가족은 〈안녕 프란체스카〉의 엉뚱한 뱀파이어 가족처럼 무뚝뚝하고 썰렁한 코미디를 연출하며 춤과 노래, 화면은 〈록키 호러 픽처쇼〉처럼 야하고 엽기적인 분위기를 자유롭게 끌어온다.

주인공이 여럿인 영화인 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구미호 가족의 큰딸과 사기꾼이 눈이 맞지만, 큰딸은 사기꾼의 간을 노리고 사기꾼은 구미호 가족의 생활을 몰래카메라에 담아 팔아먹으려고 한다. 또 이 가족은 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커스 단원을 모집하는데, 할머니, 병자, 자살 중독자 등등 오래 살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들이 모인다. 중요한 그날까지 이들이 살아있게 하기 위해 구미호 가족은 온갖 선행과 미담을 베푼다. 이런 아이러니와, 큰딸과 사기꾼 사이의 미묘한 로맨스를 가지고 영화를 꾸려간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들이 빛을 발하기보다 산만하게 보이는 건, 관객이 등장인물들에게 친숙해질 기회를 주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 영화의 연출은, 이미 유행한 장기 시리즈물을 별도의 영화로 만든 ‘스핀오프’ 같다. 관객이 원작 시리즈를 통해 캐릭터들의 면면을 충분히 알고 있을 때 공감이 가능할 것 같은 무뚝뚝한 코미디를, 원작도 없는 영화에서 별다른 장치 없이 그대로 가져오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다. 관객과 캐릭터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가 갈래를 넓히는 게 산만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뮤지컬을 시도하면서 음악과 안무에 자기만의 개성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약점이다. 28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엠케이픽처스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