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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1 22:09 수정 : 2006.10.01 23:16

맨왼쪽부터 ‘귀향’ ‘야연’ ‘잘살아보세’ ‘타짜’ ‘라디오스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가문의 부활’ ‘BB프로젝트’ ‘구미호가족’ ‘댈러웨이부인’.

타짜·라디오스타·우행시·가문의 부활 ‘빅4’ 각축전
할리우드 자취 감춘 틈새 중화·유럽영화 관객 유혹

영화·만화 보고 호호

올 추석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 네 편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이한 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한편도 없다는 점이다. 대신 유럽 영화가 많고 페드로 알모도바르, 이누도 잇신 등 국내에 고정 팬을 확보한 감독의 신작도 와 있다.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일본의 이누도 잇신 등 국내에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감독들의 새 영화도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한국 영화 빅4

가장 접전이 예상되는 건 <타짜>(최동훈 감독, 조승우·김혜수·백윤식 주연)와 <라디오 스타>(이준익 감독, 안성기·박중훈 주연)이다. <왕의 남자>로 1200만명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는 한물 간 가수와 그의 매니저 사이의, 20년 세월이 녹아든 우정의 속살을 파고든다. 소박하고 따듯한 이야기인데, 의외로 함의가 넓고 깊다. 영화 속 가수처럼 정상의 환희를 누려봤던 안성기와 박중훈이 모습을 드러내는 도입부부터 가슴이 뻐근해지기 시작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감흥이 오래 간다. 허영만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타짜>는, 만듦새에서 잘 만든 할리우드 액션스릴러가 부럽지 않다. 희대의 ‘타짜’ 도박꾼 넷과, 이들 사이에서 판을 만드는 한 여자 ‘타짜’ 사이의 얽히고 설키는, 계산과 욕망의 전쟁을 긴박감 넘치게 끌고간다. 한국식 도박장의 리얼리티가 담기면서도, 화면 때깔과 배우들의 폼이 살아난다.

지난 9월 14일 개봉해 흥행성적이 좋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송해성 감독, 강동원·이나영 주연)도 추석을 내지른다. 상처를 간직한 여교수와 사형수의 만남을, 절제된 신파의 감성으로 중계하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추석가의 유일한 멜로물이기도 하다. 추석 때마다 흥행을 거뒀던 ‘가문’ 시리즈 3편인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정용기 감독, 신현준·김원희 주연)도 4파전에 합류했다. 백호파 가문이 김치 사업을 시작하고, 그 사이사이에 가문의 전사가 드러난다.

한국산 토종 코미디

올 추석의 한국 영화는 유달리 코미디가 많다. 도회풍의 깔끔떠는 로맨틱코미디와 거리가 멀게, 시골이나 과거를 배경으로 하거나 황당엽기를 내세운다. <무도리>(이형선 감독, 서영희·박인환·최주봉·서희승 주연)에선 강원도 산간 벽지 마을에 사는 세 노인이, 몇몇 젊은이가 이 마을에 와서 자살하는 걸 보고는 마을을 아예 ‘자살의 명소’로 내걸고 민박사업을 한다. 죽으려고 하는 젊은이, 이를 기화로 생기를 얻는 노인들이라는 역설적 대립구도나, 그 해결 방식이 참신하다. <구미호 가족>(이형곤 감독, 주현·하정우·박준규 주연)은 모처럼 만나는 코믹 뮤지컬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여우, 구미호 가족이 대도시에 와서 인간의 간 사냥에 나서지만, 어딘가 덜떨어진 이 여우들의 목표 달성이 쉽지가 않다. <잘 살아보세>(안진우 감독, 이범수·김정운 주연)는 70년대 산아제한 정책을 펴기 위해, 출산율 1위의 시골마을에 파견간 공무원들의 일종의 ‘미션 임파서블’, 즉 불가능한 임무 수행기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김정은의 코믹 연기가 돋보인다.

중화 대 유럽


중화권과 유럽 영화들의 틈새시장 공략도 만만치 않다. 할리우드로 갔던 청룽(성룡)이 홍콩으로 돌아와 만든 (천무성 감독, 청룽·구틴록 주연)는, 2인조 도둑이 빌리언달러 베이비를 훔쳤다 되돌려주는 과정을 담았다. 특수효과나 스턴트를 배제하고 ‘청룽표’ 영화의 향수를 자극하는 착하고 익살스러운 액션영화다. 무협 액션물 <야연>(펑 샤오강 감독, 장쯔이·대니얼 우 주연)은 <햄릿>의 ‘레이디 버전’쯤에 해당한다. 치명적일 만큼 아름다운 여인 ‘완’을 둘러싼 당나라 황제 일가의 암투를 그리며 화려한 색감, 춤사위같은 액션, 장쯔이의 카리스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귀향>(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은 모처럼만에 알모도바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죽은, 혹은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의 귀환을 계기 삼아 모성에 기반한 여성들의 강고한 연대를 슬프고 코믹하고 미스테리도 섞인 특유의 분위기 속에 펼쳐보인다. 노이 알비노이(다구르 카리 감독, 토마스 레마키스 주연)는 아이슬란드의 피오르드 해안 절경 등 색다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성장영화다. 노이라는 이름의 선천성 색소결핍증 소년의 성장담을 그렸고, 2003년 로테르담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화제작이다. <댈러웨이 부인>(마를린 고리스 감독,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나타샤 맥엘혼 주연)은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결혼과 삶을 응시하는 여성의 복잡한 내면을 빅토리아풍의 낭만적인 화면에 담는다.

인디 영화의 향기

국내외 독립영화도 명절 극장가의 한 켠을 차지한다. <금발의 초원>(이누도 잇신 감독, 이케와키 지즈루·이세야 유스케 주연)은 18살 소녀와 80살 치매 노인의 사랑을 통해, 이누도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야기한다. <팔월의 일요일들>(이진우 감독, 임형국, 양은용, 오정세 주연)은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등 각종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매혹적인 첫 장면’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한국 영화다. 의심과 미스테리를 간직한 채 스치듯 인연을 맺어가는 커플들의 로맨스를 담았다. 〈이사벨라〉(팡호청 감독, 두문택· 이사벨라 롱 주연)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마카오 영화다. 20여년만에 ‘부녀관계’로 얽힌 남녀의 불안한 현재와 미래를 통해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 혼란했던 마카오의 여름을 비춘다.

임범 전정윤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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