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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9 16:26 수정 : 2006.10.09 16:26

영화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와 박중훈. 씨네21.

현재 개봉된 한국영화들을 시사회를 통해 봤는데 개인적인 관점에서 순위를 매기자면 라디오스타>타짜>우리들의 행복한시간>>>>가문의 부활 정도 될것 같다. 그만큼 이 영화는 요즘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영화라고 감히 추천해 본다.

'라디오 스타' 는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다시쓴 '왕의 남자', '황산벌'을 이은 이준익 감독의 세번째 영화이다. 처음 이 영화의 소개를 접했을때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준익 감독이지만 박중훈과 안성기 두배우에 한물간 록스타와 매니저의 이야기라니 진부한 성공담이겠거니하고 지레 짐작이 가던 차였다. 솔직이 이런 이야기면 속된 말로 쌍팔년도 이야기다. 요즘은 이런게 먹힐리가 없다. - 극장가를 이미 상업적인 블록버스터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런 쌍팔년도 이야기가 먹힌다는게 이상한거다.-

영화는 80년대말 최곤의 콘서트장에서 그가 가수왕을 받기 위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느 변두리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최곤의 초라한 모습을 비춘다. 이렇게 시작부터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갖가지 상투성을 고스란히 끌어안으면서 달려간다. 하지만 이것은 기존 영화들이 상투성을 끌어 앉는 모습과는 다른 여유를 보여준다.

영월에서 라디오 진행을 하는 최곤의 모습. 이제부터가 이 영화가 가지는 매력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첫방송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카메라는 강원도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영월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이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가를 보여주는 첫번째 시도인 것이다. 최곤(박중훈분)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이라면 영화는 영월을 영화의 세트만으로 여기지 않고 영화의 한부분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수많은 오빠부대들을 몰고 다니며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최근의 대마초 사건이나 언급해야 젊은 애들이 알까말까한 가수가 되어버린 최곤은 그래도 과거에 가졌던 자신의 명성에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매니저 민수에게 담배 달라, 불 달라 명령하고 하고 영화시작부터 끝까지 가죽자켓을 입고 있는 것 역시 그의 집착의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다방 아가씨 김양과 외상값 안갚은 철물점과 세탁소 아저씨 이야기, 고스톱으로 옥신각신하는 할머니들, 은행여직원을 짝사랑하는 꽃집총각의 이야기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영월 유일의 록밴드이며 최곤의 열성팬인 '이스트 리버'-노브레인이 이 역할을 한다.-등 제각각의 '삶'의 이야기들이 2시간 남짓되는 짧은 순간동안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마치 어디선가 영화 속의 삶처럼 그렇게 살아있는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과거와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감상을 하지는 않는다. 또한 영월을 이상적인 시골의 모습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영화는 최곤과 매니저 그리고 영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누구나 한때 열광했던 추억의 대상이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은 단지 우리들이 삶에 지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그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라디오 스타'는 한물간 록스타와 매니저 그리고 잘알지 못하는 시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잊혀진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졌던 아니 잊혀지던 사물이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평범한 사람들의 사람 냄새풍기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웃음과 따뜻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영화는 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비디오 킬드 더 라이오 스타" 라는 노래가사처럼 비디오가 라디오의 스타를 죽였다지만, 라디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단지 우리들이 그것을 알지못했을 뿐이지만, 지금도 라디오는 언제든지 켤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추억도 그런 것이다. 단지 과거에 머무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 다시 꺼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 이 영화 보는 동안 박중훈=최곤을 동일시 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영화 마지막 부분의 민수(안성기분)가 김밥을 팔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슬픔을 김밥으로 달래는 장면을 주저없이 꼽는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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