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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2세 양영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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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부모님·평양의 오빠들
홀로 남한 국적 택한 막내딸
11년 동안 담은 가족사연 다큐로
다음달 한국에서도 개봉
다큐 ‘디어 평양’ 양영희 재일동포 2세 감독
재일동포 2세 양영희(41)씨 가족의 국적과 거주지는 복잡하다. 오사카에 사는 부모님 국적은 북한이다. 세 오빠 역시 국적이 북한인데, 71년 북한의 ‘귀국사업’에 따라 평양으로 건너가 35년 동안 그곳에서 살고 있다. 막내딸인 양씨만 2년 전 북한에서 남한으로 국적을 바꾸고 도쿄에서 산다. 양씨는 일본과 평양을 오가며 이렇게 되기까지의 사연 많은 가족사를 장편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에 담아 지난 8월 일본에서 개봉했고, 오는 11월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이 작품에 이어 양씨가 평양에 사는 조카에 초점을 맞춰 만들려고 하는 다큐멘터리 〈선아 또 하나의 나〉(가제)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해외 동포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하는 펀드에 선발됐다.
지난 15일 부산에서 만난 양씨가 들려준 그의 가족사, 개인사엔 지구화 시대의 분단 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과 아이러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양씨의 아버지 양공선씨는 15살이던 1942년, 고향인 제주도에서 형제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해방 뒤 돌아오려 했지만 4·3 사태가 벌어진 그곳에서 어머니가 오지 말라고 했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북한 국적을 택하고 총련의 핵심 간부가 됐고, 세 오빠는 양씨가 6살 되던 해에 평양으로 떠났다. “니가타항에서 사람들이 귀국선을 환송할 때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노래를 부르고 색종이가 날리고 ‘만세’를 외치고. 오빠들은 내가 느끼는 것보다 먼 데로 가는 것 같았다.”
양씨는 11년이 지나 고등학생 때 평양에 가서 오빠를 만났다. “서먹서먹하고 무슨 말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주 단순한 얘기밖에 나누질 못했다. 면회시간도 짧았고.” 그 뒤로 여러차례 평양에 가면서 오빠들과는 충분히 이야기하게 됐지만 총련계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면서 양씨의 마음 속에선 회의가 커갔다. ‘졸업하면 총련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학교 방침에 따라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오사카 조선고등학교 교사로 3년을 지낸 뒤 “난 다 했다, 이젠 내 선택으로 살겠다”고 결심하고 웨이트리스를 하면서 전부터 꿈꾸던 연극활동을 했다. 서른살이 되면서 국적을 바꿀 생각을 해봤지만, ‘죽어도 용서 못한다’는 아버지의 반대가 완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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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프리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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