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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0 17:14 수정 : 2005.03.10 17:14

나 잘난 ‘작업코치’
머리 깎기 힘드네

데이트 전문 컨설턴트? 데이트 방법을 전문적으로 상담, 코치해 주고 돈을 받는 사람. 각종 컨설턴트가 난무하는 요즘 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직업이다.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의 주인공 히치(윌 스미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히치의 고객은 마음에 드는 이성이 생겼는데 접근을 못하거나 접근할 기회를 못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히치는 그가 점찍은 이성에게 다가가고 사귀기 시작해서 키스를 하든 그 이상의 육체적 접촉을 하든 상대방이 충분히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되는 시점까지만 관여한다. 히치의 말로 “그 뒤는 둘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때까지 상대방의 눈길을 끄는 법, 그의 취향에 맞춰 자기 스타일을 연출하는 법, 자기 감정을 고백할 적절한 시기와 방법 등을 코치한다. 어떨 땐 둘을 만나게 하기 위해 히치 자신이 직접 나서서 우연한 사고를 연출하기도 한다.

히치는 속된 말로 ‘작업 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좀 속물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히치의 고객은 모두가 남자이다. 이 남자들이 과연 모두 순정일까? 문제가 또 있다. 히치의 코치를 받은 남자의 말과 행동은 어떻든 연출된 것인데 이건 여자를 속이는 일 아닌가. 이 문제는 고객 아닌 히치 자신의 연애가 중심에 놓이는 이 로맨틱코미디 영화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런 식이다. 히치는 카페에서 만난 잡지사 여기자 사라(에바 멘더스)에게 마음이 끌린다. 잘 나가다가 사라가 히치의 직업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오해를 한다. 이 여자, 저 여자와 한번씩 자는 게 목적인 어떤 속물 남자가 히치의 고객인 것으로 잘못 안다. 히치는 이 남자를 코치해 줄 수 없다며 내쳤었다. 히치는 진심이 있는 남자들을 가려받기 위해 자기 일을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고, 코치할 때도 고객에게 없는 면모를 가장하도록 하기보다 그의 숨겨진 장점을 드러내도록 해왔다. 관객들은 이걸 봐왔기 때문에 히치의 편이 된다. 히치와 사라가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로맨틱코미디에서 흔히 보아온 오해와 화해의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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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흥미로운 건 히치가 코치하는 내용들이다. 여자가 얘기할 때는 ‘다음 진도를 어떻게 나갈까’ 따위의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여자의 말을 충실히 들으며 감정이입을 하라는 것, 처음 춤추러 가서 자기 춤 실력을 뽐내려하지 말고 여자가 춤추는 걸 보라는 것, 첫키스를 하려고 할 때는 둘 사이 거리의 80~90% 정도만 다가가고 나머지는 여자의 판단에 맡기라는 것 등등. 특별히 새롭거나 모든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도 아니지만 이 말들이 요구하는 자세는 상대방 여자에 대한 존중이고 그점에서 유쾌하다. 그래도 불안한 건 있다. 영화 속 여자들의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다. 또 사라는 히치를 오해하지만, 히치는 사라를 오해하지 않는다. 영화가 여자를 썩 존중하는 것 같지는 않다. <스위트 알라바마>, <애나 앤드 킹>의 앤디 테넌트 감독. 11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무비앤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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