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8 21:43
수정 : 2006.11.09 16:14
홍보·마케팅에다 입소문 한몫, 관객 2만3800명 다큐 신기록
무속인의 한많은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사이에서〉(사진)(감독 이창재)가 개봉 두달 만인 지난 7일까지 관객 2만3838명을 모아 한국 다큐멘터리의 흥행 기록을 깼다고 이 영화의 배급사 필름메신저가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를 보면 이제까지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은 비전향장기수의 귀향 과정을 다룬 〈송환〉(감독 김동원·2004년)으로 2만3159명을 기록했다. 그 뒤는 굿판에 카메라를 비춘 〈영매〉(감독 박기복·2003년)가 이어 관객수 1만565명을 나타냈다.
〈사이에서〉는 자칫 스크린에 걸리지 못할 뻔한 작품이다. 이 감독은 애초에 대중적이지 않은 다큐멘터리의 개봉을 포기한 상태였다. 제자가 추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고 이를 계기로 멀티플렉스 극장 씨지브이가 개봉을 지원하는 첫번째 한국 장편영화로 뽑혔다. 씨지브이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과 자체 예산을 합쳐 〈사이에서〉의 마케팅에 나섰고, 자체 운영하는 인디영화관 4곳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첫주에 관객 5662명을 동원하자 상영관을 7개로 늘려 잡았다. 이 영화의 성공은 발굴을 맡은 영화제, 마케팅과 개봉관을 제공한 씨지브이, 예산을 지원한 영화진흥위원회의 합작품인 셈이다.
조홍섭 씨지브이 인디영화발굴팀 과장은 “〈사이에서〉는 장기간 영화관에 걸려 입소문을 탔다”며 “이 다큐의 성공은 잘 만든 인디영화가 홍보와 마케팅이 받쳐주고 상영관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면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9월7일 개봉해 장기간 영화관을 잡을 수 있었던 점과 1500여명이 공짜로 시사회를 볼 수 있었던 게 입소문에 군불을 지폈다. 특히 〈사이에서〉는 다큐이면서도 극영화 같은 구성을 지녀 대중성을 확보했다. 조 과장은 “독특한 소재에 여성의 한을 담아내 여성 관객을 끌어모았다”고 말했다.
씨지브이 쪽은 이 영화 외에 퀴어 멜로물인 〈후회하지 않아〉의 마케팅도 돕고 있다. 2006~2008년 전주국제영화제와 계약을 맺어 대중성과 실험성을 갖춘 인디 영화들을 뽑고 지원할 계획이다. 조 과장은 “〈후회하지 않아〉까지 성공한다면 내년엔 예산을 늘려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에서〉는 서른다섯살에 신내림을 받은 이해경씨의 삶을 관조한다. 여기에 신내림을 받지 않겠다고 안감힘을 쓰는 28살 여인, 30년 동안 무병을 앓다가 죽기 직전 신내림을 받은 여성 등의 이야기가 얽혀든다. 이 영화는 현재 광주극장과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상영 중이며 9일 대전 아트시네마에서 추가 상영한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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