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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3 21:25 수정 : 2006.12.13 22:29

007 21탄 ‘카지노 로얄’

007 21탄 ‘카지노 로얄’

영화 007 20탄인 〈다이 어나더 데이〉는 비록 흥행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골수 007 팬들에게는 최악의 007 영화였다. 007 시리즈는 늘 그 시대 최고의 스턴트 기술을 선보여 왔는데 〈다이 어나더 데이〉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액션 대신 컴퓨터 그래픽 특수 효과를 도입했다. 그 결과는? 자동차가 스위치를 누르면 투명해진다든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으로 영화를 채워놓았다. 모든 면에서 기존 007 영화가 가지고 있던 관습과 설정을 가장 느슨하게 극대화해 놓고는 무책임하게 끝을 맺었다.

스물한번째 007 영화인 〈카지노 로얄〉은 전작이 저질러놓은 문제점들을 넘어야할 부담을 짊어지고 태어난 후계자다. 영화사상 최장 최다 시리즈인 007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인식만으로 영화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카지노 로얄〉은 007 제임스 본드가 첩보원으로 한단계 승격해 ‘살인면허’를 받게 되는 초기 단계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첩보원이면서도 포커 도박의 달인인 제임스 본드가 궁지에 몰려 포커로 엄청난 돈을 마련하려는 악당과 카지노에서 맞선다.

어차피 007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줄거리보다는 스타일. 〈카지노 로얄〉은 이 스타일을 크게 바꿨다. 우선 007이 처음으로 금발이다. 그리고 뺀질뺀질하면서도 요령 좋아서 미끈하게 빠져다니는 얄미운 마초 첩보원에서 진지함 그 자체인 우직한 터프가이로 바뀌었다. 늘씬한 몸매로 사춘기 남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환상을 주던 본드걸은 수영복 대신 드레스를 입는 지적인 재정전문가로 설정됐다.

이제 더이상 007은 바텐더에게 마티니를 “젓지 말고 흔들어서” 달라고 하지 않으며, 여성과 사랑을 나누며 “임무수행중”이라고 눙치지도 않는다. 여전히 이 영화가 대단한 볼거리인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뻔한 줄 알면서도 팬들로선 즐기게 되던 시리즈 특유의 ‘유치하지만 멋들어진’ 관습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에는 익숙해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007 팬들에게 배신자는 〈다이 어나더 데이〉일까, 〈카지노 로얄〉일까. 21일 개봉.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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