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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5 11:47 수정 : 2006.12.15 11:47

영화 <각설탕>에서 열연한 두 마리 말을 위하여

지난 여름에 개봉했던 배우 임수정 주연의 <각설탕>을 비디오로 봤다. 동물과 사람의 우정을 그린 대부분의 영화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다음과 같은 엇비슷한 내용 전개를 보여준다. ‘상처 입은 사람과 인지력을 지닌 듯한 동물과의 각별한 만남 → 예기치 못한 시련 → 사람과 동물의 합심으로 시련 극복’

이 영화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의 동물과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기본 틀에 지나치게 충실하여 다소 의아할 정도였다. (본 영화의 감독 분은 아무래도 <프리윌리> 류 영화의 광팬이었거나 ‘아주 감성적인’ 영화 한 편을 ‘그냥 대-충’ 만들고자 했던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엄마를 잃은 소녀에, 그와 같은 처지가 된 말, 살려보겠다고 공을 들일 땐 언제고 다짜고짜 말을 팔아버린 소녀의 아빠, 판돌 아저씨 말대로라면 홍콩이나 여하튼 외국에 있어야 할 그 말이 시내 나이트 ‘삐끼’에게 학대 받고 있는 상황, 어이없게도 술 취해 업혀가는 소녀의 등짝만 보고 옛 주인임을 알아채는 말, 딱딱 때맞춰서 등장하는 (소녀와 말을 구원해줄) 유 조교와 노신사. 이 모든 것이 짜여진 각본임을 너무나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에서 보여주는 장군이와 천둥이란 두 말의 열연과 굳이 사람 중에 꼽으라면 어린 시은 역을 맡은 김유정 양의 깜찍함과 그에 못지않은 임수정 양의 변치 않는 동안(童顔)에의 감탄이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급기야 엔딩 장면에서 엉엉 울고서도 금세 머쓱해하며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저 동물들의 연기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회의적인 의문이 생겼다. 개를 주연으로 한 또다른 영화에서처럼 여기서도 실제로 출연한 말은 장군이(천둥이 모)와 천둥이 외에 몇 마리가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은과 큰 시은 역의 배우가 둘이듯 말이다. 그 말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어떻게 훈련시킨 것일까?

천둥이가 태어나자마자 신음을 하며 서서히 죽어가는 장군이, 쇠사슬에 묶인 채 불에 달군 금속이 피부에 닿는 고통을 연기하는 천둥이, 달리는 택시를 따라서 괴상한 치장을 하고 차도 한복판을 달리는 천둥이, 급기야 <비트>의 정우성과 <천장지구>의 유덕화를 연상시키면서 마지막 질주 후 코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천둥이의 열연 장면. 이쯤 되면 정말이지 그 정도의 영상을 얻어내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떠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몸서리치게 궁금해진다.

<각설탕>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촬영 과정에 대한 세세한 언급이 없어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에게 연기를 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일부러 놀래키거나 넘어뜨리고 잠재웠을 거란 추측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 배우와의 호흡도 맞아야 하고 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얻어내기 위해 동물에게 적잖은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배우 장동건의 눈을 간혹 말의 그것에 비유하는 걸 보았지만 장군이와 천둥이의 실제 눈을보면 감히 장동건도 그 까맣고 깊은 눈에는 비할 바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참에 내가 본 모든 동물 출연 영화에서 열연한 모든 동물 배우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각설탕> 홈페이지에서 케스트(배역) 명단에 두 말을 연기한 동물배우들의 명단이 빠져있음에 유감을 전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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