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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래된 정원>(제작: MB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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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은 불의의 시대가 만나게 했고, 또 그 시대가 헤어지게 한 운명의 연인을 그린 멜로영화다. 임상수 감독이 바라보는 80년대는 때로는 열정이 가득한 슬픔이 넘치고, 때로는 냉소가 가득한 슬픔이 넘치는 그런 시대다. 임상수 감독은 그 시대의 사랑은 어땠어야 하는가의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그리고 답한다. "사랑보다 신념이 앞서고, 신나게 사는 게 미안했던 그런 시대에도 사랑은 했어야 한다"고. 어쩌면 영화는 숭고한 삶과 사랑을 그린 진중한 원작의 무게감과는 조금 다른 색과 질감을 갖는 것 같다. 직접 각색까지 도맡은 그의 애정 어린 손길을 거쳐 기존의 멜로영화와는 다른 임상수만의 색깔과 스타일로 그려졌다. 2006년 하반기에는 유독 멜로영화가 많았다. 가을이 멜로의 계절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듯 대부분의 멜로영화들이 눈물로 자신의 존재증명을 획득하려는 사이에서 <오래된 정원>은 좀 다른 빛깔을 띠고 있다. 그것은 "사랑밖에 난 몰라."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신나게 사랑하는 게 미안했던 시대, 사랑을 소리 높여 외치지 못했던 연인의 삶"에 대해 낮게 속삭이는 듯 했다. 사랑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시대의 흐름과 같이 하고, 그 시대를 사는 인간의 삶과 함께 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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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래된 정원>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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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 간담회에서 주인공 지진희, 염정아와 윤희석, 그리고 임상수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데 부담은 없었나? "아마 전두환씨 부분을 말하는 모양인데, '그 때 그 사람들'도 만들었는데 그 정도쯤이야"라며 "80년대 기본 사양이다"라고 설명했다.(임상수 감독) - 영화를 소개한다면? "80년대 운동권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며, "사랑보다 신념이 앞서고 신나게 사는 게 미안했던 그런 시대에 운명적인 사랑을 한 연인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말했다.(임상수 감독) - 극중 '윤희' 역에 대해? "한마디로 멋있는 여자다"며, "영화속 오현우나 영자처럼 세상에 대해 분노하거나 바꾸려하기보다 그런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는 역할이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멜로영화에서 보여주는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이 아닌 독특한 개성과 강한 내면이 엿보이는 인물이다 그런 배역을 맡아 너무 행복하다"고 역할에 대해 만족해했다.(염정아) - 만들고 싶은 작품? "진지하지만 재미있는 영화, 시장에서 살아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임상수 감독) - 영화 <오래된 정원> 연출시 주안점을 둔 점? "황석영 작가의 원작소설 역시 너무 숭고하다는 생각이 들어 보통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처럼 현실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아들과 딸이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요즘의 10대가 아니겠느냐"며 "관심이 있다면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임상수 감독) - 현우(지진희 분)의 어머니(윤소정 분)를 부동산 졸부로 묘사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 돈 벌려면 부동산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임상수 감독) - 80년 대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 "학생운동에 참여하거나 그러진 않았다"며, "80년대 집이 신촌 근처라 최루탄 냄새 많이 맡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중고등학생 이었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되려나 싶은 마음으로 지냈다"고 덧붙였다.(지진희) - 극중 '현우' 역에 대해? "원작소설에 나온 오현우 보다 감독이 준 시나리오 속의 오현우에 집중했다"며,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에 맞춰 연기했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극중 내가 연기한 오현우는 신념에 의해 16년 8개월을 감옥에서 보내는 강인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는 신념을 따를 수밖에 없던 시대 때문으로 나는 오현우를 일반 사람과 같은 나약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며, "이런 캐릭터 파악이 1980년대 운동권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지진희) - 영화 <오래된 정원>은 어떤 영화인가? "질질 짜는 멜로영화를 싫어한다. '오래된 정원'은 같은 멜로영화라도 또 다른 울림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며, "이 점이 '오래된 정원'을 특별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임상수 감독) 2007년 처음으로 만나는 성숙한 멜로영화 <오래된 정원>은 2007년 1월 4일 개봉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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