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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0 17:38 수정 : 2006.12.21 01:14

<중천>


100억원 넘게 들어간 무협팬터지 영화 <중천>(감독 조동오)의 영상미는 높이 살 만하다. 영혼이 49일 동안 머문다는 가상의 공간 ‘중천’을 배경으로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의 향연이 펼쳐진다. 김기철 미술감독을 중심으로 중국의 한충과 우밍 미술감독 등 9명이 뭉쳤다. 전체 장면의 40% 분량인 750컷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며 2006년말 현재 한국영화에서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그래픽 수준을 보여준다.

제목이기도 한 이 가상 공간 중천은 영화의 중심 무대이자 핵심 개념이다. 이 곳의 모습은 무협영화에서 본듯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주인공 이곽(정우성)이 중천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마을에는 이층 한옥이 소실점 끝까지 펼쳐진다. 영혼을 정화하는 참선관엔 복숭아 꽃잎이 흐드러져 날린다. 이곽과 소화(김태희)의 사랑이 무르익는 수로마을에는 너른 물 뒤로 산수화처럼 산들이 펼쳐져 있다. 원귀들이 모여 있는 천기관은 붉은색과 검정색이 대비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통일신라 말기 왕실 산하 퇴마부대 ‘처용대’ 무사였던 이곽은 원귀들의 반란에 얽혀들어 중천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 탓에 숨진 연인 연화의 혼령 소화를 만난다. 그러나 소화는 이미 이승에서의 기억을 버리고 해탈해 천인이 됐다. 이곽이 몸담았던 처용대 동료들은 원귀들의 반란을 조정하는 세력이 되어있고, 억울하게 살해된 대장 반추(허준호)는 세상으로 돌아가 복수를 꿈꾼다. 중천을 지킬 열쇠인 영체 목걸이를 지닌 소화는 원귀들에게 쫓기고 이곽은 소화를 지키려고 나선다.

이 영화는 이야기와 볼거리 둘 가운데 후자에 더 무게를 실었다. 중천 세계의 규칙들을 설명하는데 급급해 인물들의 감정선을 치밀하게 좇지 못한 편이다. 인물은 관습적이고 메시지는 보수적이다.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 폴>의 긴머리 소녀 니나처럼 소화는 애인이 구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곽이 소화를 구하려고 원귀들의 소굴로 뛰어드는 장면은 장쾌하지만 영화 <영웅>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변화를 꿈꾸는 반추는 악인 구실을 한다.

아시아 전체를 겨냥한 이 영화엔 <영웅> 등에 참여했던 일본의 디자이너 에미 와다가 의상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사기스 시로가 음악을 맡았다. 정두홍 무술감독이 참여했으며 <영웅> 등 대작의 배경이 됐던 중국 헝디엔서 찍었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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