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7 17:49
수정 : 2006.12.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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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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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미국 뉴올리언스의 부두에 해군함정이 정박해 있다. 마디그라 축제일을 맞아 해군과 가족들이 이 배에 오른다. 합주단의 연주와 웃음 소리가 어우러져 흥이 무르익을 무렵 “꽝”, 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주류·담배·화기 단속국(ATF) 수사관인 더그 칼린(댄젤 워싱턴)은 폭탄 테러 수사팀에 합류한다. <데자뷔>(감독 토니 스콧)는 여러 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정 위에 이야기를 지어올렸다. 이 우주들의 시공간을 ‘웜홀’이라는 통로를 통해 오고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연히 4일전 시·공간과 현재를 연결하는 지름길을 발견한다. 칼린은 현재 시점에선 이미 살해당한 클레어(폴라 패튼)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 통로를 통해 살아 있던 당시 클레어의 행적을 좇는다. 칼린은 자신이 직접 과거로 들어가 사건 발생을 막을 것인지 개입하지 않고 운명이 진행하는대로 내버려둬야할지 갈등에 빠진다.
토니 스콧 감독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선보였던 긴박감 넘치는 연출을 독특한 설정 위에 풀어놓았다. 더그 칼린이 과거를 볼 수 있게 돕는 기구를 머리에 쓴 채 한쪽 눈으로는 과거 속 범인을, 한쪽 눈으로는 현재 도로 위 상황을 따라가며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는 것은 독창적이고 박진감이 넘친다. 첨단 기계들이 몰려 있는 연구실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듯 과거 속 인물의 일상을 훔쳐보는 풍경이나 다른 시간대에 속한 남녀 주인공 사이에 형성된 묘한 연대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미래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단서들을 짜집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중반이 넘어가면 두뇌 싸움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테러범의 범행 이유가 모호하게 그려진다. 더그 칼린의 영웅다운 면모를 부각시키려다보니 개연성을 접고 들어간 듯 보이는 부분도 있다. 경찰에 신고만 하면 테러범을 범행 전에 잡을 수 있는데 주인공은 굳이 홀로 적에 맞서는 식이다. 12일 개봉.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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