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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3 13:56 수정 : 2007.01.23 13:56

영화 <그놈 목소리> 출연진.


22일 오후2시 용산CGV에서 <그놈 목소리>(제작: 영화사 집)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그놈 목소리>는 1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압구정동 이형호 유괴살해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1991년 1월 29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유괴당한 9살 이형호 어린이가 44일 후 한강 배수로에서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던 이 비극적인 사건은, 범인이 끊임없는 협박전화로 비정하게 부모를 농락했다는 점, 그 범죄 수법이 경찰의 추적을 유유히 따돌릴 정도로 치밀하고 지능적이었던 점이 당시 세간에 큰 화제가 됐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더불어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당시로선 드물게 과학수사가 진행되고, 지난 15년간 총 인원 10만 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했지만,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난 1월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1992년 SBS 다큐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조연출로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하면서 충격과 분노를 느꼈던 박진표 감독은, 우리 사회가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쉽게 잊거나 용인하지 않도록 영화적으로 재조명하기로 결심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드라마를 담아낼 팩션 영화 <그놈 목소리>는 <살인의 추억>과 <실미도> 처럼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구현하며 올 겨울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예정이다.

<복수는 나의 것> <오로라 공주> <랜섬> <맨온파이어> 등 국내외 기존 영화들에서 유괴 소재는 범인과의 대치와 두뇌싸움, 유괴범에 대한 복수 등 대개 극적인 긴장감을 강조하는 서스펜스나 스릴러 장르로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놈 목소리>의 유괴는 장르적 소재가 아니라, 진한 가족애를 역설하기 위한 배경 장치에 불과하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유괴범에게 아이를 빼앗기고, 집요한 협박에 시달리게 된 부모의 절망과 분노를 통해 가슴 뭉클한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휴먼드라마. 감독은 관객이 사건이 아닌 부모의 안타까운 사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캐스팅도 아이가 있고 부모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배우들을 고집했다. 실제로도 각각 한 아이의 아버지, 어머니인 주연배우 설경구 김남주는 실낱 같은 희망에 매달려 하루하루 불행을 견뎌내는 애끓는 부모의 심정을 실감나게 소화해냈다.


영화 <그놈 목소리>는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실제 범인의 단서인 ‘협박전화 목소리’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설정한 독특한 구성의 영화다. 범인 캐릭터 ‘그놈’은 영화 속에서 대사 분량이 두 번째로 많은 주요 배역으로 강동원이라는 스타 배우까지 캐스팅했지만, 몇몇 장면에서 실루엣을 노출시키는 것 외엔 철저하게 전화 목소리만으로 등장한다.

영화 <그놈 목소리>의 한 장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이형호 유괴사건’에서 협박전화 목소리는 아직도 잡히지 않은 유괴범의 핵심적인 단서. 영화를 통해 실제 범인의 단서를 알리고 싶었던 감독은, 다른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들은 모두 영화적으로 재구성했지만 범인에 관해서만은 철저하게 실제 사건에 근거한 객관성을 고수했다. ‘그놈’의 대사와 말투가 실제 범인의 협박전화 내용과 거의 일치하듯, 끝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실제사건의 범인처럼 영화 속 ‘그놈’ 역시 얼굴 없는 범인이어야만 했던 것. 목소리만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배우에게 큰 도전이다. 자신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현장에 나와 상대 배우와 대사 호흡을 맞추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인 강동원은, 집요한 협박전화로 부모의 애간장을 녹인 실제범인의 비정한 목소리를 실감나게 재현, 관객에게 ‘범인을 꼭 잡고 싶다’는 울분을 자아낼 예정이다.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 간담회에서 주인공 설경구, 김남주와 김영철 그리고 박진표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 소감?

“촬영을 하면서 심적으로 많은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열심히 연기했다”고 밝혔다.(김남주)

- 극 중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삽입한 것에 대해?

“범인의 실제 목소리를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들을 수 있게 삽입했다"며, "우리가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박진표 감독)

- 각오?

“영화 속에서 집에서 엄마인 제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었다. 이 영화를 통해 기존 이미지를 하나씩 벗고 싶었다”고 말했다.(김남주)

- 범인 목소리 연기를 맡은 강동원에 대해?

“분노를 집어넣으면 일반 스릴러 영화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범인이 굉장히 차분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는데 강동원에게 실제 범인의 말투와 말씨를 변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연기였다”고 말하며 칭찬하였다.(박진표 감독)

- 캐릭터에 대해?

"노메이크업 차림 등 극중 엄마로서의 모습은 평소 집에 있을 때 내 모습 그대로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를 하나하나씩 벗으니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김남주)

- <그놈 목소리>를 선택하게된 동기?

"감독님이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에 형호군의 사진과 범인의 몽타주를 넣어두셨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로 무섭고 소름이 끼쳐 밤새 잠을 못 이뤘다"며, "기획의도에 100% 공감해 영화를 택했다. 좋은 일에 동참하자는 생각과 범인이 꼭 잡혀야 된다는 생각에 참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김남주)

- 촬영 중 어려웠던 점?

"실생활에서의 김남주와 영화에서의 오지선으로 철저히 분리해 살려고 노력했다"며, "하루는 집에서 아이를 업고 창 밖을 내다보는 데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눈물이 주룩 흘렀다. 내 심정이 이럴 진데 자식을 유괴당한 부모 심정은 오죽할까 싶어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말했다.(김남주)

- 실제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김남주)

“관객들이 범인의 목소리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설경구)

<그놈 목소리>는 오는 2월 1일 개봉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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