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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4 18:26 수정 : 2007.01.24 18:26

<여름이 가기 전에>

여름이 가기 전에

<여름이 가기 전에>(감독 성지혜)는 연애라는 이름의 냉혹한 권력 게임을 찬찬히 뜯어본다. 사랑 찬가를 부르지도 섣부르게 냉소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랑 앞에서 잔인한 가해자로 때론 순종적인 피해자로 분열하는 내면을 담백하게 바라볼 뿐이다. 어쩌겠나, 연애가 섬뜩하게 차갑다는 걸 알았고 서로 등만 쳐다본다 해도 29살 소연(김보경)이나 재현(권민), 민환(이현우)도 그 관계망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중에 서울에서 방학을 보내는 소연은 외교관이자 이혼남인 민환의 말이라면 바보같이 꼼짝 못한다. 민환이 부산으로 오라하니 한달음에 간다. “나 안 본다더니 보게 되서 어쩌냐.”(민환) 소연도 이 관계에서 벗어나려고는 애썼던 모양이다. 그러면 뭐하나. 양 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낑낑 거리며 민환의 집 앞에 도착해도 민환이 전화해 “물 좀 사다줄래”하면 냉큼 왔던 길 돌아가 사온다. 그런데 정작 소연이 화를 내는 대상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민환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재현이다. “넌 대체 왜 그렇게 착한거야. 원하는 게 뭐야”(소연) 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닦달한다. 사랑하는 쪽은 항상 약자가 된다.

큰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세 사람 사이 흐르는 감정의 기류를 세밀화로 그려내 지루하지 않다. 표면은 친절하지만 속은 차갑기 그지 없는 민환역은 가수 이현우가 맡았다. 그의 딱딱한 문어체 느낌의 말투나 표정이 퍽 잘 어울린다. 영화는 똑부러진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세 사람은 완전히 헤어지지도 그렇다고 함께 하지도 못하며, 홀로 담담하게 찬란하고 처절했던 가을의 끝과 겨울을 맞는다. 25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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