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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16:16 수정 : 2005.03.17 16:16

철옹성 저택의 인질을 구하라
‘짝퉁’ 다이하드, 기대만큼 아쉬움

브루스 윌리스가 죽을 고생을 한다. 인질을 구하기 위해,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이 그의 덜미를 잡고서 가지고 놀다시피 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을 터. <다이 하드>이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호스티지>는 <다이 하드>의 형사와 범인이 벌이는 긴박한 시소게임, 프로 범죄조직에 혼자 맞서는 1인 영웅극을 재현하려 한다. 물론 몇몇 설정의 변화가 있다.

<다이 하드>에서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이었던 브루스 윌리스가 캘리포니아 시골마을 경찰서장 제프 탤리로 바뀌었고, 그의 가족으로 부인 외에 딸이 한명 늘었다.(가정불화가 있어서 부인과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건 <다이하드>와 마찬가지다.) 존 맥클레인은 편두통에 시달렸지만, 제프 탤리는 로스앤젤레스 경찰로 있을 때 소년 인질을 구하지 못한 죄의식에 시달린다. 또 하나의 변화는 범죄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다이하드> 시리즈 세편의 영화는 모두 사건 전개에서 공간을 제대로 활용한 모범사례로 꼽힐 만하기 때문이다.

<호스티지>의 무대는 외진 산등성이에 이웃도 없이 한채만 들어선 고급 주택이다. 공인회계사 아버지와 어린 남매가 사는 이 저택에 20대 잡범 세명이 침입한다. 처음 목적은 차를 훔치려는 것이었지만 일이 꼬여 잡범들이 경찰을 죽이게 되자 가족을 인질로 잡고 집에 버틴다. 와중에 세 범인 중 한명이 정신분열적 살인자로 밝혀진다. 자체 경비가 매우 잘 돼 있는 이 저택은 버튼 하나의 작동으로 집 전체에 장벽이 둘러쳐지면서 밖으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철옹성이 된다. <다이하드> 1편에 나오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로스앤젤레스 고층 건물의 축소판인 셈이다.

공간은 설정이 됐지만 범인이 고작 20대 세명이라면 좀 싱겁다. 기대했던 대로 정체불명의 거대한 범죄조직이 등장한다. 이들은 제프 서장의 부인과 딸을 납치한 뒤, 인질극이 벌어지는 저택에 보관된 컴퓨터 디스크 한장을 제프에게 빼내오라고 시킨다. 여기까지 <호스티지>는 차근 차근 공식을 끌어오면서 긴장감을 상승시키지만 그 뒤부턴 아쉬움을 증폭시킨다. 둘로 나뉘어진 인질과 범죄 집단의 연결이 매끈하지 못하고, 고립된 저택의 공간도 제대로 활용을 못한다. 제프 서장이 이 저택에 들어가는 시점, 거대한 범죄조직이 20대 잡범들을 대체하는 시기가 너무 늦게 찾아온다. 그 사이에 20대 잡범들의 고민과 내부 알력을 길게 중계하는데 이게 초점을 흔든다.

큰 기대를 안 한다면 모처럼 혼자 고군분투하는 경찰 브루스 윌리스를 만난다는 점에서 만족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호스티지>는 용두사미이다. 짝퉁 <다이하드>에 그친다. 마침 브루스 윌리스가 올 가을부터 <다이하드> 4편의 촬영에 들어간다니 역시 <다이하드>를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플로랑 에밀리오 시리 감독. 18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영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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