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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17:12 수정 : 2005.03.17 17:12



질기디질긴 욕정, 피하는게 가능할까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도쿄국제영화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을 받은 민병국 감독의 <가능한 변화들>이 18일 개봉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두 남자가 여자들을 쫓아다니면서 속이고 가학하고 자학하는, 얼핏 쓰잘 데 없어 보이면서도 가볍게 넘기기 힘든 에피소드들을 차곡 차곡 쌓아가는 이 영화의 문법은 일반 상업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작가로 나서기로 한 문호(정찬), 오랫동안 공부해 놓고는 그와 무관하게 일반 직장에 들어가 직장 일은 제쳐두고 연애에 몰두하는 종규(김유석) 둘은 저마다 여자와의 사연이 복잡하다. 문호는 아무 문제 없는 순종적인 부인을 놔두고 채팅으로 알게 된 여자를 탐한다. 종규는 애인이 있으면서도 이미 검사의 아내가 된 첫 사랑에게 스토커처럼 매달린다. 그 와중에 둘은 라면집에서 우연히 만난 아가씨와 2대 1의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

욕정 앞에 상대방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남자들의 속물적인 모습을, 과장되게 느껴질 만큼 위악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거기에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 이 영화의 태도는 일정 정도 홍상수 감독 영화와 닮아있다. 아닌 게 아니라 민병국 감독은 홍 감독 영화 <강원도의 힘>의 조감독을 지냈다. 예상가능한 대로 <가능한 변화들>의 인물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크게 변화하는 게 없다. 지리한, 그러나 피해갈 수 없는 욕정에 이끌려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모여 어떤 감흥을 만들기를 의도하는 영화다.

홍상수 영화와 다른 건 캐릭터들의 개성이 각져 보일 만큼 뚜렷하고, 메세지를 배제하려는 홍상수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엔 경구같은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그런 모습이 불균질하고 불안정하다. 의도된 모호함과 정돈 안된 난삽함이 뒤섞인 듯한 영화 안에서 뇌졸중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면서 맹목적, 자해적으로 여자를 쫓아가는 종규의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무비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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