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8 14:07
수정 : 2005.03.18 14:07
영화속건강 | 효자동 이발사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아버지 세대의 삶을 풍자와 애정이 깃든 연민의 눈길로 바라본 영화라 할 만하다. 청와대 앞 효자동에서 머리 깎는 일을 하는 한모(송강호 분).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그의 무지한 애국심만은 특출나다. 3·15 부정선거에 개입해 표를 빼돌렸는가 하면, 5·16 때는 효자동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탱크에게 길을 가르쳐줘, 쿠데타의 길잡이 노릇까지 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 전속 이발사가 된 한모. 그런데 이는 그가 평생 후회할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북악산에 잠입한 간첩이 설사병으로 변을 보다가 잡힌 사건이 발생한 후 ‘마르구스병’이라 해 설사를 하는 사람은 간첩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모의 어린 아들 낙안이가 설사병에 걸린다. 고민 끝에 한모는 아들을 경찰서로 데리고 간다. 어린아이를 간첩으로 몰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윗분들 세력 다툼에 휘말리며 낙안이는 중앙정보부까지 끌려가게 된다. 과연 낙안이는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
간첩과 접촉한 사람이 앓는 설사병을 이르는 마르구스병은 사실 전문적인 의학용어가 아니다. 마르구스병 사건 역시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다. 공산주의자 마르크스를 한국말로 옮긴 마르구스라는 병명으로 당시 사회상을 풍자한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의 눈으로 보면 익살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실 매우 비극적인 상황이다.
당시 중앙정보부 사람들은 대장질환에도 꽤 지식이 있었던 것일까? 주위에서 설사도 전염이 되느냐고 의문을 표한 사람들이 여럿 됐기 때문이다. 설사를 하면 대부분 음식물을 잘못 먹고 탈이 난 경우를 떠올린다. 그런데 접촉만으로도 전염이 되는 설사가 있다. 바로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장염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무서운 병이라 자칫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복통, 점액질이나 피가 섞인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며 고열에 시달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다. 음료수나 물, 보리차를 꾸준히 마셔 수분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장염이 나아짐에 따라 처음에는 부드러운 미음을 먹으면서 탈이 난 장을 달래준다. 부드러운 야채나 흰살 생선, 반숙으로 익힌 달걀 등을 먹는 것도 좋다. 하지만 설사를 유발하는 우유,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과 발효되기 쉬운 음식, 뜨겁거나 찬 음식은 피한다. 또 설사를 한다고 지사제를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장운동을 억제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물의 경우 자칫 병원균을 몸 안에 가둬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양형규/ 양병원 원장 www.yang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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