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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4 16:51 수정 : 2005.04.04 16:51

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 전자음성현상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EVP는 전파를 통해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기록된다는 주장으로, 실제로 미국 등 여러나라에서 이 현상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 연구되어온 주제이기도 하다. 영화 <화이트 노이즈>는 라디오나 컴퓨터에서 잡히는 정체불명의 전파잡음인 ‘화이트 노이즈’를 소재로 죽은 이와의 교신을 그린다.

사랑하는 아내를 사고로 잃은 존(마이클 키튼)은 어느 날 라디오의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다. 자동응답기에는 아내가 죽은 시간에 아내의 목소리가 녹음돼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내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나타나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조난신호를 보낸다. 존은 EVP를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청해보지만 그들도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

죽은 이와의 교신이라면 <사랑과 영혼>처럼 영매를 통해 사랑했던 이와 만나는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떠올릴 법 하지만 <화이트 노이즈>는 철저하게 미스터리 공포물의 공식을 따라간다. 말을 걸어오는 모니터라니. 전파라는 차가운 매개로 만나는 사자와의 대화가 매체의 속성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지는 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죽음을 앞둔 인물의 고통을 보여주며 “도망가”, “피해”를 웅얼거리는 기계음은 아닌게 아니라 그 자체로 섬뜩한 공포를 전한다.

그러나 <화이트 노이즈>가 성공하는 건 공포를 일으키는 지점까지다. 전파라는 특성을 이용해 피칠갑이 없으면서도 등골 서늘한, 깔끔한 공포를 일으키지만 이 음파를 보내도록 유도하고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죽음으로 모는 원인이 무엇인지, 왜 존의 아내는 자신과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의 죽음을 알려주면서 존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지 영화는 그 해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사자로 추측되는 검은 그림자의 등장이 막연히 이 모든 사건의 배후를 암시하지만 그저 죽은 자들의 책동이라고 하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8일 개봉.

김은형 기자, 사진 UIP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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