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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4 16:53 수정 : 2005.04.04 16:53



당신 딸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세상에는 제 딸로 태어나기를

<엄마>는 최근 충무로에서 강세인 가족드라마의 전형적인 틀과 향기를 갖춘 영화다. <먼 길>에서 개봉 전 바뀐 <엄마>라는 제목과, ‘당신 딸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세상에는 제 딸로 태어나기를’이라는 직설적 카피가 가족드라마로의 자리를 단단하게 다진다.

<엄마>는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면 어지럼증을 느끼는 탓에 생전 자식들 결혼식에 가보지 못한 시골 노인인 엄마(고두심)가 막내딸(채정안)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3박4일 동안 걷는 여정을 따라간다. 큰 오빠(손병호)에서 큰 언니(이혜은), 작은 오빠(김유석)까지 하루씩 굽은 어깨의 엄마를 보좌하며 걷는 동안 형제간의 갈등과 자식들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엄마의 사연이 길 위의 들꽃처럼 펼쳐진다.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는 카피만큼이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엄마의 고된 삶과 절절한 자식 사랑을 풀어놓고 있다. 여기에 엄마를 어떻게 결혼식장까지 ‘공수’해갈까 하는 자식들의 아이디어와 걷기 여행을 권하는 허수아비의 등장이 소박한 판타지처럼 삽입돼 웃음을 자아낸다. 그 진행과 구성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형>이나 <가족>같은 영화에서 느껴졌던 영악함이 보이지 않는다. 투닥거리는 형제에게 “다 그만 두자”고 소리를 치거나, 출가했던 둘째 딸에게 느끼는 배신감과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엄마의 통곡소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엄마>가 자극하는 눈물샘의 수원은 극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결국 당도하게 되는 관객 각자의 ‘엄마 생각’이다.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의 구성주 감독이 7년만에 내놓은 연출작으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던 실화가 바탕이 됐다.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영화 <인어공주> 등에서 억척스런 어머니상을 연기했던 고두심은 <엄마>에서 젊어 객사한 아버지의 사고를 떠올리면서도 웃음을 떨구어놓을 정도로 삶을 관조하는 시골의 나이든 어머니를 연기한다. 때묻은 싸구려 운동화와 긴 치마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엄마의 앙상한 다리가 주름진 얼굴이나 까칠한 목소리보다 짠한 느낌을 준다. 속터지는 엄마의 3박4일 여정을 묵묵히 따라가는 ‘천생’ 장남과 30대 후반에도 정신못차린 둘째 아들의 ‘톰과 제리’를 떠올리게 하는 연기박자는 종종 느려지는 이야기의 리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7일 개봉.

김은형 기자, 사진 시네와이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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