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8 16:11 수정 : 2005.04.08 16:11

영화속건강
신석기 블루스

변호사 신석기(이종혁 분)는 촌스러운 이름과 달리 완벽에 가까운 기업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다. 명성과 부, 완벽한 외모를 휘날리지만 불의의 엘리베이터 사고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만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에게 남은 건 이름 석 자뿐. 그는 예전과 180도 달라진 상황에 봉착한다. 사고 당일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있었던 못생긴 신석기(이성재 분)와 영혼이 바뀐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몸을 찾고 싶지만 그의 육신은 식물인간이 돼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이제 꼬질꼬질 신석기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는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신석기 블루스>는 가진 것 없는 소시민의 답답함 삶을 그리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진솔한 삶의 재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어정쩡한 신석기의 진솔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으니 바로 법정이다.

‘잘나가던’ 신석기 시절 같이 회사에서 일한 서진영(김현주 분)의 부당해고 사건을 맡게 된 그는 하는 일마다 어딘지 어리숙하며, 의뢰인을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 냉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기보다는 합의를 이루라고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결정적인 순간마다 줄방귀를 뀌고 온몸을 뒤틀며 화장실로 달려간다. 스마트한 변호사라면 생각지도 못할 이런 모습은 관객들을 웃게 하지만, 그의 상황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들이다.

신석기처럼 결정적인 순간이면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는 놀랍게도 전체 인구의 30%나 된다. 의학적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시험, 면접과 같이 아주 중요한 순간, 스트레스의 압박을 받은 장이 신호를 보내오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변비, 설사는 보통이고 복통과 가스 분출로 식은땀 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증상이 가볍다면 스트레스를 피하고 안정을 취하면서 적당한 운동과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으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책에도 해소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때문에 대장항문 전문 병원에는 항문 질환뿐 아니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치료하게 위해 장세척이나 지사제 처방을 받는 사람도 심심찮다. 하지만 약을 찾기 전 먼저 영화를 돌아보자.

영화 속 신석기의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녹아 있는 인간미는 관객들에게 정말 편안한 웃음을 선물했다. 관람석에 앉은 이들은 방귀를 뀌는 신석기를 보면서 마음껏 웃었을 것이고 이때만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길이 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질환임을 상기하자. 긴장으로 인해 신호가 오면, 화장실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웃음이 가장 순하고 기초적인 명약임을 먼저 떠올리고 볼 일이다. 양형규/ 양병원 대장항문외과 원장 www.yangh.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