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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조카 같아서”
‘안티’ 팬없이 누구나 “좋아요”
그들은 지금 일촌맺기 꿈꾼다 지금은 ‘문근영 시대’다. 문근영은 사랑스럽지만 빼어나게 예쁘지 않다. 고전적이거나 현대적인 의미에서도 전형적인 미인에 속하는 얼굴이나 체형은 아니다. 이효리나 전지현이 가지고 있는 파워풀한 섹시함도 없다. 성적 코드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스타덤에서 문근영은 무성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면면이 이어진 여성스타의 계보에서 문근영은 공통점을 찾기 힘든 예외적인 존재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고생 문근영(18)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문근영의 싱그러운 미소에 탄성을 지른다. 지난해 4월 <어린 신부>가 310만명이라는 관객동원기록으로 극장 비수기에 단비를 내린지 1년 만에 선보이는 문근영의 신작 <댄서의 순정>은 홈페이지를 연 지 12일 만에 오십만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했다. 각종 예매사이트가 공식 오픈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별 극장의 예매를 통해 4월24일까지 24.5%의 예매율을 기록하면서(영진위 통합전산망 통계) 흥행대작영화인 <트리플 엑스>와 <킹덤 오브 헤븐>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 문근영의 인기는 스타 파워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광고 시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10대들의 최고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의 전시장인 교복 광고를 비롯해, 통신, 화장품 등 빅스타들을 등장시키는 광고 모델로 활동해온 문근영은 최근 광고모델의 최고 몸값을 확인시키는 광고인 삼성 ‘애니콜’과 음료수 ‘2% 부족할 때’의 광고촬영을 마쳤다. 두개는 각각 이효리와 전지현 등 난공불락의 ‘CF퀸’들이 출연했던 광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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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근영 현상’엔 기존의 스타덤과 다른 특징들이 있다. 한 예로 여성 스타들의 독보적인 지원군이었던 20~30대 남성 팬들에게 팬덤이 치우쳐 있지 않다. 문근영 팬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언니, 누나를 찾는 10대들부터 “문근영씨와 동갑인 딸을 가진 엄마입니다”로 시작하는 40대 성인의 글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절대적 지지층이 늘어날수록 그에 따라 생기게 마련인 ‘안티’팬층이 전혀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그야말로 ‘국민스타’라는 표현이 손색없다. 또한 문근영은 ‘스타덤=조작된 이미지’라는 공식을 깨는 특이한 스타성을 가지고 있다. 보아나 전지현 등 성인들에게도 사랑받는 10대 스타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문근영처럼 또래의 이미지와 생활반경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스타가 아닌 자연인의 느낌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10대 스타는 드물었다. 위험과 불결함으로 가득찬 세상에서도 상처받거나 때묻지 않고 맑게 웃는 소녀로 살아갈 것만 같은 문근영의 미소에서 10대들은 희망을 찾고 성인들은 위안을 얻는다. <장화, 홍련>으로 문근영의 스타성을 일찌기 포착했던 김지운 감독은 문근영의 스타성은 “동경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컷의 천진한 미소로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스타 문근영. 한국 사람들은 지금 문근영과 일촌맺기를 꿈꾸고 있다. 글·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댄서의 순정? 소녀의 순정! 왜 문근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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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평범한 모습
화면속 ‘스타’ 아닌
‘여동생’ 같은 친숙한 연기 롤리타가 되기를 거부하는 소녀성 누구나 인정하듯 문근영의 이미지는 순수한 소녀성에 있다. 소녀성은 섹시함과 함께 대중이 여성스타에게서 갈구해온 이미지이고 손예진이나 장나라 등 청순함이나 귀여움같은 소녀성을 내세운 스타들도 꾸준히 존재해왔다. 그러나 문근영이 가진 소녀의 이미지는 이들과 다르게 철저히 중성 또는 무성적이다. 말하자면 <클래식>의 손예진이 ‘떠나간 첫사랑’이라면 <댄서의 순정>의 문근영은 ‘두고온 여동생’이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은 발랄한 옆집 여동생이었고, <장화, 홍련>에서는 보호해주고 싶은 여동생이었다. 이처럼 문근영의 소녀성에는 그것이 미숙한 관능이든 첫사랑의 추억이든 성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 롤리타 컴플렉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건 <어린 신부>와 <댄서의 순정>에서 문근영은 비록 가짜이지만 결혼을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결혼은 가장 일상적인 성을 담고 있는 제도이며 10대에게는 일종의 금기다. 문근영은 극중에서 결혼의 절차를 밟지만 키스조차 하지 않는다. 성적인 자장 안에 놓여있으면서 성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이 독특한 상황에 대해서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여고생에 대한 연애의 욕망이 순정으로 승화되는 지점에 문근영의 힘이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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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세대의 아이콘? 문근영이 가진 ‘소녀성’의 가장 큰 특징은 ‘밝음’이다. 밝지 않은 배경이나 처지도 문근영이라는 깔때기를 통하면 밝고 긍정적인 것으로 빛이 난다. 장기수 할아버지를 둔 가족사도 문근영에게는 그늘이 되지 않는다. 문근영의 이미지에서 가치관들은 충돌하지 않고 세대는 갈등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근영 현상에는 ‘안티’의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티의 부재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문근영이 주는 가공되지 않은 이미지, 또는 꾸밈없음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과 닿아있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문근영의 팬사이트에는 ‘대학가도 술마시지 말라’는 종류의, 세상의 때를 묻히거나 순수성이 훼손되지 말기를 바란다는 글이 자주 등장한다. 충무로의 한 제작자는 “개인적으로 문근영이 복잡하고 지저분한 쇼비즈니스계에 안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절대로 세상과 불화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소녀’에게는 어른들을 앞지르려는 요염한 10대 소녀들이나 귀여니처럼 어른들과 소통하기를 거부한 10대들에게서 기성사회가 느끼는 위협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문근영의 이미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미지에 빠져드는 우리 사회가 키덜트(아이같은 어른)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진단을 내린다. 남녀노소가 매혹되는 문근영은 “미숙함으로 후퇴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어른 되기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낸 아이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감독들이 말하는 문근영 흡인력이 있다 김지운 감독(<장화, 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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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이 말하는 나는… 문근영을 구성하는 일곱개의 열쇳말에 대해 문근영이 직접 꺼내놓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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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퀸’
‘애니콜’ 1년 전속 5억 계약
이동통신·화장품 등 종횡무진 최정상 여배우와 대우 비슷 문근영은 영화에서뿐 아니라 광고에서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애니콜’과 1년 전속 계약을, 롯데칠성음료 ‘2%부족할때’와 6개월 전속 계약을 각각 맺고 광고 촬영을 마쳤다. 모델료도 1년 전속에 5억원, 6개월에 3억원 선으로, 김정은·최지우 등 최정상급 여성 연기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근영이 광고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은 무엇보다도 또래의 소비층에게 깊은 소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연예인 호감도 조사 결과를 보면 10대부터 40대까지 고루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특히 비슷한 연령대인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자신의 또래보다는 좀더 높은 연령대의 남성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이효리·전지현 등과는 차별화되는 면이다. 그래서인지 문근영이 나오는 광고는 주로 또래를 주고객층으로 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애니콜’의 경우 발랄하고 활동적인 대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신제품의 광고를 맡았고, ‘보브’도 18~22살 여성들이 주로 쓰는 화장품 브랜드다. 여학생들이 즐겨먹는 간식인 ‘쁘띠첼’, 10대 전용 이동전화 요금제인 ‘비기’ 등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특히 교복인 ‘아이비클럽’ 모델이 됐다는 점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10대들의 우상은 가수가 대부분이어서 교복 모델을 가수가 아닌 연기자가 맡은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교복 브랜드의 모델은 동방신기, 보아 등이다. ‘아이비클럽’ 광고에서 남성 6인조 댄스그룹 신화에 둘러싸인 문근영은 또래 여학생들에게 질투보다는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다가간다. 사실 문근영의 이런 이미지는 장점인 동시에 한계점이 될 수도 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이런 이미지가 통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계에선 문근영으로부터 발견되는 새로운 모습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애니콜’ 광고를 맡은 제일기획 관계자는 “문근영에게서는 어린애의 표정에서부터 이효리와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의 표정까지 정말 오만가지 표정이 나온다”며 “성인이 되면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브’ 광고를 제작한 엠에이피에스 관계자도 “지금은 발랄하고 소녀적인 이미지가 사회적 코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앞으로는 문근영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엠에이피에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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