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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성장기 SF로 표현 막중임무! 첫 실사영화화 일 도가시 신 감독 2000년대 일본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가운데 하나인 도가시 신(45)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4월28일 막이 오른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그의 최근작 <철인 28호>를 틀기 때문이다. 도가시 신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 <오프 밸런스>가 2회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됐고 두번째 장편 <미안해>는 4회 때 관객상을 받았을 정도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30일 전주에서 만난 도가시 신 감독은 “독립영화와 디지털영화 중심의 전주국제영화제가 내 영화들을 좋게 소개해줘서 기쁘다”며 “영화에 인디적인 요소가 강해 좀 지루할 수도 있을텐데,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사실 여러 차례 애니메이션화되기는 했지만 실사영화화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은 <철인 28호>의 메가폰을 그가 잡았다는 점은 어딘지 ‘생뚱맞게’ 느껴질 법도 하다. <오프 밸런스> <미안해>를 통해 소년·소녀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잡아내는 장기를 발휘한 그는 성장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친다. “이전 영화와 꼭 다르다고는 할 수 없어요. 에스에프 영화를 통해서도 소년의 성장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안해>가 첫사랑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을 그린 영화라면, <철인 28호>는 어린 아이로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임무를 수행하면서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주인공의 심정은 같은 셈이죠.” 데뷔작 오프 밸런스·미안해등
전주국제영화제와 남다른 인연
“소년 성장담 에스에프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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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제 배우의 얼굴 변화를 이끌어내 극중 인물의 얼굴 변화를 표현하는 방식을 그는 소마이 신지 감독으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그는 22살부터 35살까지 청년기의 대부분을 소마이 신지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지내며 보냈고, 감독 데뷔도 소마이 신지가 프로듀서를 맡은 옴니버스 영화를 통해서 했다. 마침 이번 영화제에 소마이 신지 감독 회고전이 마련된 것도 둘 사이의 인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촬영현장에 서면 소마이 신지 감독의 영혼이 내 안으로 들어와 대신 작업을 이끌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는 내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스승”이라며 “배우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그의 스타일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 감독을 고집하기보다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다음 작품으로 멜로 영화를 준비중인데, 내년께 완성될 것 같아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이 일본에서 인기를 끈 것처럼 제 영화도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전주/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 제공
아∼사춘기 다시올 수 없나 도가시 신 감독 첫 국내개봉작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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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시 신 감독의 2002년작인 <미안해>는 13살 소년의 첫사랑을 다룬 성장영화다. 소녀가 한 인물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성장담을 담은 그의 장편 데뷔작 <오프 밸런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사카의 초등학교 6학년인 세이(히사노 마사히로)는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읽다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정액이 뿜어져나오는 첫 유정을 겪게 된 것이다. 어른이 된 증거라며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와 달리 세이는 부끄러움과 떨림이 뒤엉키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어느날 할아버지 댁이 있는 교토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나오코(사쿠라타니 유키카)에게 첫눈에 반한 세이는 집에 돌아와서도 그를 잊지 못한다. 어렵사리 나오코를 찾아갔지만 알고보니 그는 중학생 누나. 그래도 용기를 내 고백을 한 세이를 나오코는 그저 귀여운 동생으로만 여긴다. 한편, 4학년 때부터 이미 생리를 시작했을 정도로 조숙한 같은 반 여학생 나오 역시 세이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나오코만을 향한 세이의 마음은 열릴 줄을 모른다. 주말마다 오사카와 교토를 오가며 나오코를 만나던 세이는 자신을 동생으로만 대하는 나오코와 한차례 불화를 겪은 뒤 가슴앓이에 빠진다. 검도 수업시간 도중 뛰쳐나와 자전거를 타고 교토의 나오코에게로 달려가는 긴 여정은 소년에서 어른이 돼가는 통과의례와도 같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왜 이러지, 왜…”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모습은 사춘기 소년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안해>는 소년의 육체적 성장과 함께 뒤따라오는 정신적 성장을 철저히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본다. 소년의 신체 변화를, 관객의 웃음을 짜내려고 하기보다 담백하게 중계한다. 그런 태도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나 겪었을 사춘기의 혼란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살며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서정민 기자,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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