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6 16:47
수정 : 2005.05.06 16:47
돈 없는 부모는 죄인이다?
존 큐(K1 밤11시30분)=어버이날을 맞이해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 철강 노동자인 존 큐 애치볼드(덴젤 워싱턴)은 슈퍼마켓 시간제 점원인 아내, 야구광인 열살짜리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가는 가장이다. 돈이 없는 것 말고는 큰 문제가 없어보이던 이들 가정은 어느날 들이닥친 아들의 병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다.
당장 심장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언제 목숨이 끊어질 지 모르는 아들의 수술비용은 25만달러. 수술비용의 30%를 내지 않으면 대기자 명단에 올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존 큐는 조업 단축으로 자기도 모르게 비정규직 노동자로 분류돼 의료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있는 걸 알게 된다. 존 큐를 둘러싼 사람들과 시스템은 냉혹하기만 하다. 의사는 환자에게 아무런 인간적 감정이 없고, 돈을 세기 바쁜 원무과장은 퇴원을 종용하며 보험회사 직원은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쁘다. 극단적인 분노를 느낀 존 큐는 담당의사를 끌고 응급실로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고 병원 주변에는 텔레비전 카메라를 비롯한 수많은 인파들이 모인다. <존 큐>는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이 가난하고 연약한 꼬마 한명의 병을 치료하는 데 얼마나 인색한지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의료 현실과 복지제도의 허구를 폭로한다. 그러나 <존 큐>는 이성적인 고발드라마이기 전에 절절한 가족드라마다. 덴젤 워싱턴의 뛰어난 연기력에 힘입어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존 큐의 깊은 부정이 가슴을 울린다. 15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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