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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9 07:36 수정 : 2005.05.09 07:36

김기덕 감독의 12번째 영화 '활'의 개봉 방식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극장을 잡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 것임에도 개봉 스크린 수를 한 개로제한했고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기자시사회를 열지도 않았으니 감독의 행보가 파격적으로 비쳐지는 것도 당연하다.

김 감독은 일절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절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시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넘겨짚기' 식 시선도있고 '언론 길들이기'라는 강한 비판도 흘러나오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에는 함구로오해를 피하는 게 무책임하다는 지적까지도 있다.

작품 자체의 개성만큼이나 독창적인 개봉 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한가운데 지난 16일 저녁 김 감독이 e-메일을 통해 처음 말문을 열었다.

늘 불만이던작품에 대한 오해가 이젠 개봉 방식에 대해서도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것 같다.

단관 개봉이 비용을 생각했을 때 가장 바람직한 개봉 방식이며 관객이 선입관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의도라는 것이 e-메일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세 페이지 분량의 편지에서 김 감독은 '다른' 방식의 배급을 결정하게끔 한 그동안의 경험을 언급하고 있다.

우선 '실제상황'. 이 영화의 개봉 첫 주 토요일, 종로의 한 극장 앞에서 감독은배우들과 함께 반응을 지켜봤지만 1회와 2회의 관객은 10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실망 뒤에 갑작스러운 소식은 3회째 갑자기 매진이 됐다는 것. 배우들과 스태프들은환호성을 질렀지만 알고 보니 극장측이 임의로 상영작을 할리우드 영화로 바꿨던 까닭이었다.

매진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 의해 이뤄졌다.

얘기는 '나쁜 남자'의 경우로 이어진다.

당시 '나쁜 남자'는 점유율 50%를 넘기며 선전했지만 결국은 다른 국내 영화의 중복상영으로 다시 피해를 보게 됐다.

단관에서만 상영을 하고 기자 시사회를 하지 않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감독이 한국의 관객과 기자들에게 '빈정 상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정황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감독의 남다른 움직임에 대해 '국민감독의 성숙하지 못한 대응'이라는식의 엄숙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에 대한 또다른 오해를 낳을 뿐,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하는 태도다.

거창하게 예술영화까지 갈 필요도 없다.

큰 영화들이 그동안 많게는 300여개의스크린까지 점령할 동안 '작고', '다른' 한국 영화들은 1개 관에서 선보이는 것조차힘든 지경이다.

예술영화 전용관에 대한 정책은 '재원 부족'을 이유로 여전히 부실하고, 영화계에서도 내부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우리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고 있다.

중복상영이니 교차상영이니 비판은 넘쳐나고 있지만 멀티플렉스 중심의 배급 시스템은 '성급한' 흥행작만을 용납하는 게 현실이다.

언론에서도 영화는 문화가 아닌 연예의 하위 장르로 분류받고 있고 상업적 장르영화의 판단 기준은 작가 영화의 비평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의 결심이 단지 '삐침'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이렇게 마케팅과 배급시스템, 언론플레이에 불신을 가지게 된 동기를 생각해 보면 너무나 명확한 얘기다.

'활'처럼 단관 개봉을 하는 경우는 (그래서 많은 관객을 모으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최근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이웃 일본이나 상업영화의 천국인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틀이 갖춰진 개봉 방식이다.

자신의 영화에서와 비슷하게 새로운 김 감독의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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