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4 17:37
수정 : 2005.01.24 17:37
이십대 중반의 헬렌(케이트 허드슨)은 낮에는 최첨단 유행을 창조하는 패션 모델 에이전트로 일하고, 밤에는 물 좋은 나이트클럽에서 즐기며 살아가는 잘나가는 뉴요커다. 일이면 일, 연애면 연애 뭐 하나 안 풀리는 게 없어 보이는 이 여성의 삶이 하늘의 질투를 받는 건 예상된 수순이다. 어느날 사고로 큰언니 부부가 세상을 떠나면서 세 조카의 양육권이 유산 아닌 유산으로 남게 되자 헬렌의 생활은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한다.
〈귀여운 여인〉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을 만든 게리 마셜 감독에게 캐스팅된다는 건 젊은 여자배우에게 무척 매력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게리 마셜은 여배우가 지닌 매력을 구기지 않는 데 재주가 있는 덕이다. 〈레이징 헬렌〉의 주인공 케이트 허드슨은 공주님 같은 전작들의 여배우들에 비하면 망가지는 편에 속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애들 뒤치다꺼리에 시달리다가 실직자 신세가 된 헬렌이 ‘추리닝’ 바람으로 소파에서 누워 과자를 먹는 모양새 역시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사춘기에 들어서 앞뒤 안가리고 연애에 빠지는 첫째 조카와 마찰을 빚고, 아직 앞뒤 못가리는 꼬마 조카들에 지치면서도 헬렌은 조금씩 이들의 엄마가 되어간다. 헬렌은 그럴듯한 어머니상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 아이들에게 악을 쓰고, 때로 ‘무식’해지는 엄마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며, 평생을 ‘천생’ 엄마 노릇으로 살아온 둘째 언니(조앤 쿠색)와 소통하게 된다. 자매간의 묘한 경쟁심과 우애를 다루는 영화의 자상함에 비해, 헬렌을 돕다가 사랑에 빠지는 아이들 학교 교장 선생(존 코벳)과의 로맨스는 뻣뻣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27일 개봉.
김은형 기자, 사진 마노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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