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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림 감독의 ‘육다골대녀’, 유진희 감독의 ‘낮잠’, 5인 프로젝트팀의 ‘그 여자네 집’, 이성강 감독의 ‘자전거 여행’, 박재동 화백의 ‘사람이 되어라’, 권오성 감독의 ‘동물농장’ (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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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때문에…여자라서…별별 차별에 관한 유쾌슬픔 고발서 6편, 이성강 박재동 권오성등 참여
일단 작동한 ‘차별’은 무차별, 막무가내다. 원인을 진단하고 대처하는 데 애를 먹는다. 취직도 결혼도 어려운 어느 집안 막내딸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 그래서 제 고단한 삶의 시원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큰 얼굴은 증조부의 것, 곱슬머리는 할아버지의 것이다. 할머니는 큰 뼈와 큰 덩치, 증조모는 발목을 구별할 수 없는 ‘아톰’의 다리와 자라만큼 짧은 목을 물려줬다. 거대한 통뼈의 아버지, 키 작고 뚱뚱한 어머니. 그랬다. 집안의 내력을 고스란히 체화한 ‘육다골대녀’를 대신해 세상은 물어준다. “커다란 통뼈에, 큰 머리에, 살은 많고 목은 짧고, 거친 곱슬머리는 철삿줄 같고, 아톰 다리를 가진 막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기는 무엇일까요?” 없다. 꾹 눌러왔던 막내의 울화통이 기어코 폭죽처럼 터지고 만다. 못난 세상의 외모에 대한 차별이 ‘유전’되는 한 막내의 울화통도 유전될 수밖에 없다. <육다골대녀>(이애림 감독)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러나 자신이 대상이 되어보지 않는 한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차별과 편견을 주제로 꿴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의 한 꼭지다. 풍자와 재치가 농익은 5편의 단편이 함께 담겼는데, 그야말로 별별 차별에 관한 ‘유쾌슬픔’ 고발서가 된다. 뒤틀린 ‘우리’를 훌닦지 않는다. 나직이 이야기할 뿐이다. 재미도 만만치 않다. 참여한 이들을 보면 대번에 가늠할 수 있다.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2002년)을 받은 <마리 이야기>의 이성강 감독, 촌철살인의 그림 한 컷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한겨레> 만평가에서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활동하는 박재동씨, <강아지 똥>으로 도쿄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2003년)을 받은 권오성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빠 옆에서 천사처럼 쌔근거리며 잠을 자는 꼬마 아이 ‘바로’(<낮잠>, 유진희 감독). 손가락과 발이 없는 그에게 집만이 아늑한 세상이다. 밖은 오를 수 없는 계단과 뭇사람들의 꼬인 시선으로 가득하다. 맞벌이를 하면서 가사를 도맡은 종숙에게 집은 짐(김준 등 5인, <그 여자네 집>)이다. 설거지 접시는 제 몸뚱어리만큼 거대하다. 종숙은 남편을, 모든 살림살이를 차례로 청소기에 쓸어 담는다. 급기야 집도 담는다. 원근법이 무시된 종숙의 집은 현실의 비현실성을 역설한다.외국인 노동자를 태우고 다녔던 자전거가 주인을 잃게 된 사연(<자전거 여행>, 이성강)은 애잔하다. 명문대를 못 나온 사람을 덜 진화한 유인원으로 그린 <사람이 되어라>(박재동)는 재기 발랄하면서도 잔향이 길다. 어떤 작품에도 페라페티오(운명의 급속한 반전)가 없다. 현실적이다. 단 하나, 양들에게 ‘왕따’를 당해 자살을 하려던 염소(<동물농장>, 권오성)가 살아난다. 갈등이 해소되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양과 염소 외에 개, 돼지, 닭, 소 등이…. 수묵 담채화처럼 맑고 따뜻한 기운을 전해주는 셀, 드로잉 기법, 캐릭터가 피부에 와닿는 클레이 기법, 동화책을 넘기는 듯한 디지털 컷 아웃기법 등 애니메이션의 모든 기법들이 다양하게 구사된다. <별별…>이 더 옹차 보이는 이유다. 2003년 박찬욱, 임순례 감독 등이 참여해 인권을 주제로 만들었던 극영화 <여섯 개의 시선>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한 두 번째 인권 영화 프로젝트다. 이번에 함께 만든 극영화 <다섯개의 시선>은 연말께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23일 개봉.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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