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브라더스'의 장자크 아노 감독 인터뷰
"한국 건국신화를 듣고 너무 기뻤어요. 곰과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저도 두 동물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죠. 물고기가 낚싯밥을 물듯 제가 한국 문화를 꽉 물었습니다." 프랑스의 거장 장자크 아노(62) 감독은 무척이나 익살스러웠다. 곰과 호랑이의 동작을 직접 흉내내는 등 약간은 과장되고 코믹한 몸짓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화 속에서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특히 아시아 문화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6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부산 지역의 절부터 찾았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영화 DVD도 구입하고 횟집 거리도 방문할 예정이다. '불을 찾아서', '연인', '티벳에서의 7년', '에너미 앳더 게이트'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은 장자크 아노 감독. 곰이 주인공인 영화 '베어'를 만들었던 그가 쌍둥이 호랑이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투 브라더스'를 들고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투 브라더스'는 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인 그는 "한국 영화는 다른 아시아 영화와 달리 액션과 정적인 느낌이 잘 조화돼 있다"며 "한국 영화에서 받은 느낌처럼 한국 사회도 일본의 엄숙함과 중국의 과장됨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인도, 중국 등 아시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일본을 자주 방문했는데 그 곳 문화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죠. 한국 경제와 문화가 보이는 역동적인 면도 눈길을 끕니다."곰과 호랑이 등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그동안 나는 서로 다른 문명 세계에서 보편적인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뒤 "그래서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어 동물에 시선을 보내게 됐으며 인간과 동물은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의 야생 숲 속이 배경인 '투 브라더스'에는 장난꾸러기 호랑이 형제가 등장한다. 하지만 형제는 인간에게 잡혀 서커스단과 상류층 집안으로 각각 팔려가고 만다. 따로 자라난 형제는 서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대로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영화는 작년 4월 프랑스에서 개봉해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개봉 첫 2주간 1천2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내년 1월 개봉될 예정이다. "10년 전부터 구상한 영화입니다. '베어'는 인간과의 관계를 많이 다루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인간이 나오는 부분을 스토리로 발전시켰어요. 동물의 충실성에 주목해서 인간의 가변적인 모습을 대비시켰습니다." 영화에서 호랑이들은 '표정 연기'를 하고 사람처럼 감정을 드러낸다. 말 못하는 호랑이의 연기가 인간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셈이다. "호랑이도 각각 성격이 달라요. 그래서 사람을 캐스팅하는 것과 똑같아요. 꼬박 1년을 훈련시킨 후 8개월 동안 찍었죠. 덕분에 호랑이의 표정은 100%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우러난 것입니다. 후반 작업에서 따로 건드린 것이 없어요. 촬영상 필요했던 울타리 등만 나중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지웠을 뿐입니다." 의사 소통이 안 되는 호랑이를 상대한 만큼 고생이 만만치 않았다. 잡혀가는 새끼를 구하려고 어미가 마차를 따라서 달리다가 뛰어오르는 한 장면을 찍으려고 6개월을 훈련하기도 했다. 마차의 상자 안에 고기를 넣고 훈련을 거듭했다. 영화에는 대역 포함, 22마리의 호랑이가 투입됐다. "특히 호랑이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찍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언제 이들이 사랑을 나눌지 모르기 때문에 9개월 동안 세트를 마련하고 쫓아다녔죠." 그는 6일 부산의 절을 찾았을 때 이전에 방문했던 나라의 불교 이미지가 동시에 겹쳐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그는 "나는 어차피 불교를 충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는 이방인"이라면서 "하지만 그 문화와 아시아를 좋아하고 느끼는 이방인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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