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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담은 10분’ 거장 감독들의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 트럼펫>(2002)의 2편에 해당하는 <텐 미니츠 첼로>가 개봉한다. 전편처럼 참여 감독들이 저마다 자유롭게 사유하는 시간의 흐름을 릴레이식으로 이어 묶었다. 첼로 편에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이크 피기스, 이리 멘젤, 이스트만 자보, 클레르 드니, 폴커 쉴뢴도르프, 마이클 레드퍼드, 장 뤽 고다르(작품 순서 순)가 참여했으며 각각의 작품 상영시간은 10분 내외다. 베르톨루치의 <물의 이야기>는 노년에 그를 사로잡은 아시아 문화와 불교에 대한 매혹이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로 온 한 인도 청년은 나무 밑에 앉아서 마실 물 한잔을 부탁하는 노인을 만난다. 물을 찾던 노인은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중년이 된 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남자는 잊고 살았던 노인을 다시 만난다. 노인은 하루 종일 기다렸다고 그에게 말한다. 작가는 한 사람의 일생과 다른 사람의 하루를 맞물리며 동서양 또는 불교와 기독교의 시간 흐름에 대한 하나의 비교표를 제시한다. 이리 멘젤은 배우로 살아온 노인의 현재와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을 닮은 영화 장면들을 대사없이 교차하면서 ‘삶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라고 짧은 자막을 싣는다. 젊은 시절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진 모습으로 지금은 아내에게도 입냄새가 난다고 구박을 받는 처지이지만 여전히 젊은 여성을 보면서 설레여하는 노인을 통해 절대 시간과 상대 시간의 흐름을 재치있게 대비시킨다. 이스트만 자보는 남편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던 아내가 술취해 들어온 남편과 실랑이를 하다가 우연히 남편을 죽이게 되는 10분의 시간을 보여주면서 한 순간이 인생 전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첼로편은 트럼펫 편에 비해 참여작가들의 평균 연령이 조금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질적 완성도를 떠나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에 전편보다 더욱 관조적인 분위기가 많이 녹아있다. 물론 마지막을 장식하는 고다르의 <시대의 어둠 속에서>는 이 가운데 가장 실험적이면서 영화와 역사에 대해 현재진행형의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말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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