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각) 밤 폐막한 제69회 칸영화제에서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이 왼손으로 트로피를 쥔 채 오른 주먹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칸/EPA 연합뉴스
|
켄 로치 감독, 두번째 황금종려상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통해
영국 복지서 소외당한 노동자 다뤄
“신자유주의에 의한 긴축재정 위험”
수상소감에 2000여명 박수로 반겨
심사위원대상엔 ‘단지 세상의 끝’
박찬욱 감독 ‘아가씨’ 수상 불발
“이 영화는 힘있는 자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연대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여든살 사회파 거장의 수상 소감은 그의 영화만큼이나 에두름이 없었다. 22일(현지시각) 폐막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영국의 노장 감독 켄 로치에게 돌아갔다. 영국 복지제도에서 소외된 노동계층의 이야기를 다룬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그는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 뤼미에르 극장 시상식 무대에 선 그는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2000여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로 노장의 수상을 반겼다. 곧 그의 단호한 수상 소감이 객석에 울렸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우리를 파국으로 몰고 갔던 신자유주의에 의해 추동된 긴축정책이라는 위험한 프로젝트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수십억명을 크나큰 고난에 빠지게 했고 그리스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수백만명을 생존투쟁으로 몰고 갔다. 반면, 극소수에게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다.” 그가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다른 세계 또한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외쳐야 한다”고 변화를 역설하며 연설을 끝맺는 순간,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영화 인생 49년, ‘노동계급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회주의자, 19번 칸에 초청받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에 대한 존경과 공감이 극장을 채웠다. 2006년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나선 젊은이들을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지 10년 만이다. 고령을 고려하면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 작품에서도 약자와 함께하며 승자독식 세계를 비판적으로 통찰하는 시선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
켄 로치 감독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 칸/EPA 연합뉴스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