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31 22:57
수정 : 2005.01.31 22:57
‘삭제뒤 개봉’ 동의못해
31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 소식을 들은 임상수 감독은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영화의 훼손 없는 온전한 상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결정을 접한 소감은.
=개봉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영화가 훼손당하는 사태를 맞은 것인데 나는 감독으로서 완벽한 피해자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누가 이 결정으로 이득을 보느냐는 것이다. 과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나 박지만씨가 이 결정으로 이득을 볼까. 그들에겐 한 영화를 훼손시켰다는 불명예가 따라다닐 텐데, 그게 과연 이득이 되는가. 손해본 사람은 많은데 이득 본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한국의 관객들일 것이다.
-다큐멘타리 부분을 문제삼은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판결은 명백하게 정치적인 판결로 본다. 결정 취지가 아마도 논픽션과 픽션을 섞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모든 다큐멘타리는 진실이고 모든 픽션은 허구라는, 말이 안 되는 논리가 깔려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화가 다큐멘타리를 삽입하고 있는데, 그 맥락은 천차만별이다. 다큐멘타리는 사실이라고 믿는 관념이야말로 예술에 대해 무지한 것 아닌가.
-어떤 대응을 하려고 하는가.
=다큐멘타리 부분을 삭제하고 개봉하겠다는 제작사의 방침에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개봉 시점에만 보는 게 아니고 역사적으로 남는 것이니까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이 영화를 온전하게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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