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5 16:01
수정 : 2017.10.15 21:05
|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에서 한·일 대표 배우인 문소리(오른쪽)와 나카야마 미호가 ‘여배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배우를 주제로 대화
문소리 “‘여배우는 꽃’이라는 말 기분 좋지 않아”
나카야마 “나이 들수록 역할 줄어드는 걸 느껴”
|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에서 한·일 대표 배우인 문소리(오른쪽)와 나카야마 미호가 ‘여배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여배우’보다 ‘배우’로 불리고 싶은 한·일 양국의 대표 배우 문소리와 나카야마 미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정재은 감독의 <나비잠>으로 영화제를 찾은 나카야마 미호는 우리에게 이와이 ??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일본의 인기 배우다.
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 토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여배우, 여배우를 만나다’를 주제로 여배우에 대한 인식과 한계에 깊은 공감을 이뤘다.
두 사람은 여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커녕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소리는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맡아 최근 개봉한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면서 여성의 배역이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등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를 만드는 판 자체가 건강하고 힘을 가져야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카야마 미호도 “나이 들수록 역할이 줄어드는 걸 느낀다. 그게 시대 때문인지, 사회 시스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이와 함께 깊이를 더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문소리는 “더 다양한 색깔의 여배우로 존재를 증명해야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배부른 것보다 약간 배고플 때가 뛰기 좋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만큼 할 일도, 고민할 지점도 많아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여배우를 ‘여배우’라는 틀에 가둬 소비하는 행태도 문제다. 나카야마 미호는 “일본에서는 여배우를 ‘여우’라고 한다. ‘우’자가 빼어나다는 뜻의 한자다. ‘빼어난 여성’이라는 뜻일 텐데 그렇게 부르는 게 싫다. 연기하면서 여자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지 않았듯 ‘여배우’보다는 그냥 ‘배우’로 불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소리도 “예전에 한 시상식 사회자가 ‘여배우는 영화의 꽃, 꽃인 문소리를 소개한다’며 나를 부른 적이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줄기도 되고 뿌리도 될 수 있다. 거름이 돼야 하면 거름도 될 수 있다. 여배우가 한국 영화계의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