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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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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을 연출한 감독은 어린이와 함께 작업을 한 경험이 풍부했던 아동 영화 전문감독인 크리스 콜롬버스였고, <아즈카반의 죄수>는 <이 투 마마> 등의 청소년의 성장을 주로 그린 영화를 연출했던 알폰소 쿠아론이 담당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인 <불의 잔>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사랑도 니콜이 되나요?> 등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을 스크린을 통해 다양하게 그려왔던 마이크 뉴웰이 감독을 맡았다. 감독을 알면 영화의 주된 이야기가 보인다. 이것도 이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전통이 됐다. '호그와트'의 학생들은 드디어 사춘기 청소년답게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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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뉴웰 감독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주로 그렸던 감독이다. ⓒ 워너브라더스 /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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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의 또 하나의 특색은 영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다는 것. 원작자인 J.K. 롤링이 왜 할리 조엘 오스먼트에게 '해리 포터'를 맡기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시도를 반대하며, 끝까지 영국 출신을 고집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그동안 영화 속에 등장한 '호그와트' 학교와 학생들의 분위기를 보면, 마치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등 영국의 대학 캠퍼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불의 잔>은 아예 첫 장면부터 영화의 가장 특색있는 볼거리인 '쿼디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레포드'를 연상시키는 열광적인 축구장을 보여준다. 축구에 열광하는 영국인들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그 많은 매력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진정한 매력은 '질질 끄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폭넓은 이야기 진행 탓에 생기는 긴 상영 시간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이야기 진행과 중심 요소와 주변 요소가 아주 절묘하게 연결되어 시리즈마다 흥미진진한 영화가 만들어진다. <불의 잔>에서도 각 마법 학교 간의 '쿼디치 월드컵' 대결 속에서 일어나는 절대악 '볼드모트'의 부활과 학생들 간의 미묘한 이성 문제, 우정 등의 이야기가 어색하지 않게 잘 혼합되어 있다. '볼드모트'가 등장해도 '해리 포터'는 자라난다. 물론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쿼디치' 관련 장면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악동 '말포이'의 활약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이 바로 그 아쉬움인데, 알고 보면 이것은 이런 아쉬움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절대악 '볼드모트'의 부활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명배우 랄프 파인즈가 맡은 '볼드모트'는 비록 특수분장으로 인해 그가 랄프 파인즈라는 것을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그가 영화에 끼치는 영향만큼은 확실히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작자인 J.K 롤링의 언론에 대한 시각을 알아낼 수 있는 장면이 해리 포터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 간의 로맨스 속에 등장한다는 것도 이색적인 볼거리 중 한 가지. 실제로 그녀는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던 도중 일부 영국 언론의 '파파라치'같은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고, 고소까지 제기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배우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아이들을 위한 영화에서 이렇듯 아이들이 아직은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아지면서 어른들이 더 좋아할 영화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 변화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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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미온느(엠마 왓슨)‘의 이상형은 남성적 매력이 강한 스타일인가 보다. ⓒ 워너브라더스 /필진네트워크 상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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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영화로 표현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인물과 인물의 대결이 전형적인 구도를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속내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깊다. 선과 악의 큰 구도 아래에서 아이들은 사랑을 놓고, 같은 동료들끼리 미묘한 감정 싸움을 벌이며, 교수들간의 다른 분위기의 개성도 여전하다. 게다가 그저 밝고 씩씩해만 보이던 아이들이 드디어 '경쟁'이라는 세상의 원리를 배우며, 오해의 과정도 거치면서 우정의 변화도 겪게 된다. 두번째 시리즈인 <비밀의 방>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던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의 감각적인 감정 처리를 <불의 잔>에서 마이크 뉴웰 감독이 폭넓게 진화시킨 셈이다. 하지만 1대 덤블도어 경이었던 리차드 해리스가 작고함에 따라, '덤블도어 경' 배역을 이어받은 마이클 갬본의 연기가 그에 비하면 여전히 힘이 넘친다는 사실이 아직도 다소 적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이 아쉬움만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의 4편인 <불의 잔>은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물론 원작과 약간 다르게 표현된 장면은 이것이 영화임을 감안하면서 감상하는 '센스'가 필요해보인다. 원작보다 맛이 떨어지는 설정이라 생각된다면, 아낌없는 비판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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