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3 16:44
수정 : 2005.02.03 16:44
설을 앞두고, 새해 새출발하는 마음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비디오 5편을 영화평론가 김봉석씨가 추렸다.편집자
돈만 쫓는 스포츠 세계에 청량제
제리 맥과이어(감독 카메론 크로우, 출연 톰 크루즈, 르네 젤뤼거)=어느 날 갑자기, 자다가 퍼뜩 생각이 난다. 지금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과거의 꿈은, 이상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대부분은 아침이 되면 전날 밤의 각오를 잊어버리지만, 제리 맥과이어는 실천에 옮긴다. 오로지 돈만 생각하며 선수를 혹사시켰던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는 아침부터 인간적인 에이전트로 변신한다. 밤새 만든 ‘인간적’인 제안서 때문에 거대 에이전트 회사에서 잘리고, 흠모하던 비서 도로시와 함께 새출발을 하는 제리.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프로 스포츠 업계에서 선수와 에이전트의 인간적인 관계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이상이지만 제리와 도로시의 사랑처럼 불가사의하게 꿈은 이루어진다.
여자는 왜 지도자가 될 수 없나요
웨일 라이더(감독 니키 카로, 출연 케이샤 캐슬 휴즈, 라위리 파라텐느)=소녀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아직도 이런 전근대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곳이 있다. 마오리족 소녀 파이키아는 태어날 때 어머니와 쌍둥이였던 오빠를 잃는다. 족장이 되어야 할 아들이 죽었다는 이유로, 파이키아는 할아버지의 미움을 받는다. 고래의 등을 타고 온 조상 파이키아의 이름을 가진 소녀는 심지어 지도자를 뽑으려는 할아버지의 수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을의 수호신인 고래가 위험에 처했을 때 소녀는 고래와 대화를 나누면서 ‘파이키아’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구전 동화 같은 푸근한 이야기에 푸른 바다위에서 펼쳐지는 화면이 관객의 눈과 마음을 함께 빼앗는다.
과거를 넘어야만 미래가 열림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오사와 타카오, 시바사키 고우)=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짊어져야 할 과거가 있다. 기억하고 그것을 뛰어넘어야만 전진할 수 있는 세월이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순수한 사랑을 찾아간다. 백혈병에 걸린 소녀 아키를 사랑했던 소년 사쿠타로. 세상의 중심에 가고 싶다던 아키의 소원을 들어주지도 못한 채 사쿠타로는 30대가 되었다. 평범한 날을 보내던 사쿠타로는 우연처럼 돌아온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면서 사랑과 인생의 의미까지 깨닫는다. 아름답고, 슬프고, 청아한 느낌의 멜로 영화.
약육강식의 세계, 학교는 정글
퀸카로 살아남는 법(감독 마크 S 워터스, 출연 린제이 로한, 레이첼 맥아담즈)=이건 정글이다. 동물학자인 부모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케이디는 마침내 미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동물만이 친구였던 케이디가 닳고 닳은 미국의 10대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학교는 낙원이 아니고 화목한 가정과도 다르다. 학교 역시 정글인 것이다. 편을 가르고, 암컷과 수컷이 서로를 유혹하고, 본능적인 욕망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케이디는 먹이사슬의 정점인 퀸카의 친구가 되어 학교, 아니 세상의 모든 영욕을 맛보게 된다.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청춘영화의 수작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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