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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4 10:18 수정 : 2005.12.24 11:28

영화 ‘청연’의 장진영. 씨네21

대작영화 '청연' 2년 고생끝에 개봉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굳이 시시콜콜 고생담을 듣지 않아도 스크린을 통해 지난 2년여의 세월과 노력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0억원 규모 대작영화 '청연'(감독 윤종찬, 제작 코리아픽쳐스)의 헤로인 장진영을 만났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2년여를 꿀꺽 삼켰고, 막판에는 시사회마저 두 차례 연기되면서 또다시 온갖 '루머'를 끌어안아야 했던 그 '청연'의 장진영이다.

"내내 담담하다가 시사회 직전부터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그는 다행히 반응이 좋아 평정심을 조금 회복한 듯 했다. 하지만 트레이드마크인 까만 눈동자와 담백한 얼굴에서는 '청연'이 연착륙 하는 순간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조종사의 긴장감이 묻어났다.

눈 앞에 활주로가 보이지만 오랜 시간 난기류를 뚫고 온 탓에 온갖 감회가 교차하는 것.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울고도 싶고 한편으로는 환하게 웃고도 싶을 그와 대화를 나눴다.

◇크레디트 올라갈 때 눈물이 났다.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21일 드디어 공개된 '청연'은 한국영화 최초의 항공특수촬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녹록지 않은 이야기로 인해 받아온 그간의 우려를 씻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좀 허탈했어요. 좋은 영화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견뎠고, 그간 장면장면을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사실 영화의 완성도나 전체 모습은 그다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눈물이 났어요. 그렇게 감동적일 수 없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쫙 올라가는데, 지난 2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구요. 마음이 찡했고 거기서 울 수밖에 없었어요."


그가 '청연'에 탑승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싱글즈' 이후 시나리오를 받았고 바로 탑승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크랭크 인은 늦어졌고, 제작 역시 늘어졌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촬영을 끝낸 것이 올 3월. 그리고 다시 9개월만에 개봉을 하는 것이다.

"끝내고 싶었어요. 어떻게든 끝을 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좋은 영화는 결실을 봐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사회를 앞두고는 그간의 내 확신이 과연 맞았나, 혹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겁도 나더라구요. 정말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막상 개봉한다니까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도 같고 실감이 안 나네요."

◇한계를 무수히 느꼈고 그것을 극복했다.

부산과 부천을 비롯, 중국 일본 미국을 오가는 촬영은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였다. 일제 강점기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비행사의 꿈을 키웠던 박경원(1901-1933)의 삶이 드라마틱했던만큼 촬영 역시 그러했던 것. 박경원이 택시 운전을 하며 학업을 이어갔듯, 영화 역시 제작비 부족으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100억원 짜리 영화임에도 촬영장은 정말 초라했어요. 스크린에서는 비행 장면이 정말 잘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핸드 메이드 수준이었어요. 스태프가 비행기를 끌고 다녔고, 먼지를 일으키기 위해 싸리빗자루를 매달고 촬영하는 식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버텼다. 제작진의 고생에 그가 보답할 수 있는 일은 의연히 버티는 것과 때때로 저녁 상을 차리는 것이었다.

"중국 촬영 때는 해가 지면 촬영을 안했어요. 그래서 매일 저녁 장을 봐서 요리를 했어요. 요리요? 웬만한 것은 다 할 줄 알죠."(웃음)

그러니 장진영이 '청연'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내의 시간이었어요. 한계를 무수히 느꼈어요. 장면 하나하나가 (한국영화의) 첫 도전이었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그때마다 제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게 됐고 한계도 극복하게 됐어요. 그래서 더 값졌습니다."

특히 전기 고문은 당하는 장면, 비행기를 모는 장면 등은 어떤 간접경험도 도움이 안되는 낯선 연기. 그러나 장진영은 이를 소화해냈다.

"정말이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원래 스스로를 가차없이 비판하고 관대하지 못한 편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내 자신이 대견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음을 느꼈다.

"인간적으로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좀 더 크게 보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은 너무 내 안에 갇혀 있었다면 그걸 좀 편하게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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