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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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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홀리데이' 이성재
촬영이 끝난 지 한달여가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너무 말랐다. 이제는 체중관리나 근육 다지기에서 해방됐을텐데 며칠전 스크린에서 본 모습과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쇄골뼈가 도드라져있고, 근육질이라고 하기에는 전체적으로 기름기가 너무 없다. 그 때문에 웃을 때마다 양볼에서 주름이 잡힌다. 배우 이성재(35). 외모는 너무도 안쓰럽게 변했지만 정작 본인은 큰 산을 넘어온 여유와 휴식을 즐기고 있다. 묵직한 작품을 끝낸 배우들에게서 종종 느낄 수 있는 허탈감 섞인 편안함이라고나 할까. 그가 넘은 큰 산은 실화를 바탕으로 교도소 탈출ㆍ인질극을 그린 영화 '홀리데이'(감독 양윤호, 제작 현진시네마). '공공의 적' '바람의 전설' '신석기 블루스'로 이어진 그의 연기 변신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지금은 잘 먹고 있다"면서도 그는 현재의 '셰이프(Shape)'를 유지하려는 듯 늦은 점심을 샐러드로 떼우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없어 보이려' 일부러 자학해 1980년대 철거촌에 사는 좀도둑의 행색이 좋을 리가 있을까. 게다가 고작(?) 560만원을 훔치고도 폭압적인 시대 탓에 17년형을 선고받았으니 감옥에 들어가서도 그의 심신은 바싹 마를 수밖에 없었을 터. "주인공의 행색이 편치 않게 보이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촬영 내내 자학을 하게됐죠. 촬영 끝나고 녹초가 된 상황에서 테니스를 치고 또다시 헬스를 하고…. 원래 새벽에는 운동을 안 하는데 마지막 시퀀스 촬영 때는 새벽에 2시간씩 헬스를 한 후 촬영장에 나갔어요. 힘들었냐구요? 그 과정을 은근히 즐겼어요. 묘한 희열이 있거든요." 괜히 배우가 아니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촬영장에 가면 또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져 더욱 좋았다니.◇'왜'라는 물음에 끌렸다 '홀리데이'는 '쇼생크 탈출'처럼 주인공이 순도 100%의 억울한 양민이 아니다. 정당성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것. 다소 억울하긴 해도 지강혁은 엄연히 전과 3범의 잡범이다. 그런데도 이성재가 끌린 까닭은 뭘까. "실화라는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한 그는 "인질극이나 탈옥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지강혁이 탈옥하고 인질극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 '왜'에 공감했다. 새로운 사건, 새로운 인물이라 생각하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뉴스에서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연을 보면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물론 그에 앞서 남성미 넘치는, 그러면서도 밑바닥을 훑는 묵직한 영화에 대한 욕심도 컸을 터. 시종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를 안은 느낌이었을텐데 이성재는 그것을 즐겼다. "아주 잘 맞는 옷을 입고 연기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캐릭터를 '육화'시켰다고나 할까요." ◇크랭크 업 이틀 후 눈물 쏟아내 그러다보니 이색적인 경험도 했다. 촬영 끝난 이틀 후 헬스장에서 아침에 혼자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청 서럽더라구요.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싶었지만 눈물이 쏟아졌어요. 창가로 가서 한동안 마음을 달래야했죠. 살면서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9일간의 촬영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됐던 것 같아요. 또 그만큼 인물에 젖어있었던 것 같아요. 어휴…, 이런 경험 처음이에요." '홀리데이'는 경찰과의 대치 장면을 마지막으로 촬영했는데 실제로 이성재는 이 기간 롱테이크를 찍다 쓰러지기도 했다. 액션 장면만이 힘든 것은 아니다. 최근 몇년간 단정하고 정갈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다양한 실험을 해온 이성재. '홀리데이'를 통해 마침내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꼈을 듯 하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도 박수로 화답하게된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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