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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의 소설 <난.쏘.공>을 연상시키는 그 시절의 비극. ⓒ 현진씨네마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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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권력'의 상징들이 '김우석(최민수)'에게 엿보인다. ⓒ 현진씨네마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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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 Holiday >의 감동 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만약 꼭두각시가 당신을 미소짓게 한다면,) If not then you're throwing stones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날 욕할거에요.)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날 욕할거에요. 날 욕할거에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것없다>를 계기로 다시 유행해 1980년대의 향수를 느끼게 했던 그룹 BeeGees의 < Holiday >는 '지강혁'과 그의 교도소 동기들이 벌인 희대의 인질극과 영화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 '지강혁'과 그의 교도소 동기들은 '사회보호법'이라는 이름의 공권력의 또다른 횡포에 대한 선전포고를 선언한다. 죄에 따른 죄값을 충분히 치루었음에도,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기준이 모호한 이유로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옥살이를 강요하는 이 전대미문의 법은 그들에게 최후의 행동을 요구한 셈이다. 힘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잘못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그들의 범죄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죄값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그분'의 납치에 실패한 뒤, 들어가게 된 어느 가정집, 그곳이 마지막 행동이 벌어지는 무대가 된다. '지강혁'은 마지막 소원으로 BeeGees의 < Holiday >를 요구한다. 왜 하필 < Holiday >였을까?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인질범'답지 않은 낭만적이면서도 꿈같은 요구 조건이다. 결국 그에게는 휴식과 해방이 필요했던 것일까? 서울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 앞에서 억지 웃음을 강요하며, 치부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강제적인 힘을 행사하는 공권력에게 휴식을 요구하는 것일까? < Holiday >는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는 시대의 비극을 느끼게 해주는 은유로 가득한 가사들로 이루어진 노래다. 억지웃음을 짓지 않으면, 비난하고 욕하는 시대. '사회보호법'이라는 이름 아래 2번의 감옥살이를 강요하던 그 시대. 그 시대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결국 '휴식'이고, '휴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당연히 '해방'이지만 말이다. 일말의 '휴식'조차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를 향한 인질극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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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는 물론이고, 인질범에게 감정이 이끌리는 소녀를 연기한 조안의 연기도 눈여겨볼만 하다. ⓒ 현진씨네마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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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여전한 그 비극을 향하여 앞서 언급했지만, 영화 <홀리데이>는 이례적으로 티 하나 없이 맑은 화면이 갖는 힘은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범죄자 미화' 논란이 오갈 정도로 그들이 벌이는 인질극의 설득력이 큰 이유는 그 투명한 화면 아래 벌어지는 온갖 비극이 여과없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극은 제법 민주화됐다는 요즘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서민들은 시대로부터 '휴식'을 꿈꾸고 있다. 단지 남들만큼 잘 먹고 잘 사는게 꿈인 우리 서민들은 늘 시대로부터 희생을 강요당했고, 인내를 요구받았다.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 Holiday >의 울림이 여전한 이유는 바로 그 시대의 비극은 그만큼 우리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지금도 '희생'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종이비행기와 작은 공이 달나라에 닿기까지, BeeGees는 여전히 휴식을 노래할 것 같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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