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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 /필진네트워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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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항상 그렀듯이, 어느 가족에게나 아픈 십자가가 한둘은 있다. 어떤 가족에는 많이 아픈 사람이 있기도 하고 어떤 가족은 너무 가난해서 힘겹기도 하다. 영화에 나오는 맥클레인 가족은 참 도덕적인, 그래서 때론 너무 엄격한 가족이지만 두 형제의 성장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동생, 폴 맥클레인의 일탈은 이 단란한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하나의 시공간 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파수가 다른 몇개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물론 이 다른 세상들은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징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동생 폴이 형 노먼과 함께 집으로 가다가 도박장으로 새는 장면은 폴이 좀 더 어둡고 소외된 세상을 선택하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느껴진다. 어둡고 스산한 도박장내의 풍경과 함께 도박꾼들과의 실랑이 끝에 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다 " 내 손이 뜨거워. 난 그걸 느껴"하면서 형을 먼저 보내는 폴의 눈빛에서 그가 돌아가려는 좀 더 어두운 세상을 예감하게 되는 것이다. 폴 맥클레인은 죽는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세상의 결말이었고 그가 속한 가족이 짊어져야 할 평생의 아픈 십자가였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은 그 아픈 십자가를 떨쳐버리려 애썼겠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십자가는 그들 삶의 한 부분이었을테니까.... 그래서 영화 끝무렵에서 아버지 맥클레인 목사가 한 마지막 설교는 더 감동적이다.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작은 아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를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은 세상의 어느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깊은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의 철학이 있는 연출과 노먼 역의 크레이크 쉐퍼, 폴 역의 브래드 피트, 아버지 역의 톰 스커릿, 어머니 역의 브렌다 브레신, 노먼의 아내 제시 역의 에밀리 로이드의 뛰어난 연기, 자전적인 실화에 바탕을 둔 원작의 감동, 그리고 아름다운 강.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플라이 낚시를 하게 될 때 마다 이 아름다운 영화를 떠 올리게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서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집도 영화에 나오는 맥클레인 형제처럼 형제 둘 뿐이다. 나와 동생은 영화 속의 형제처럼 성격도 참 다르다. 그리고 각자 걸어온 길도 사뭇 다르다. 방황하지 않고 성장한 사람은 없겠지만 내 동생은 나보다 더 힘든 방황의 길을 겪었고 지금도 나 보다는 더 힘겨운 길을 가고 있다. 영화를 보며 지난날 동생이 많이 방황할 때, 내가 많이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새삼 참 마음아프게 느껴졌다. 시골에 아담한 집을 한 채 지어 아버지,어머니, 내 식구, 동생 식구가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어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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