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6월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주공이이 영화관에서 열린 ‘스크린쿼터지키기 영화인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문화관광부의 스크린쿼터 일수에 대한 입장 변화 움직임과 관련해 일수의 현행유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정지영, 안성기 공동집행위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정부의 견해는 세계무역기구(WTO)와 FTA 등 국제협상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는 입장에서 "이미 국제경쟁력을 인정받은 한국영화가 굳이 국제협상에 장애가 되는 스크린쿼터 비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쪽이다.
|
침통한 표정의 영화인들.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오는 7월1일부터 스크린쿼터 일수를 73일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남산 영화감독협회에서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기 위한 영화인들의 모임인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서명곤/사회/문화/ 2006.1.26 (서울=연합뉴스) seephoto@yna.co.kr
|
정부의 이번 결정은 최근 수년간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섰고 흥행영화 대부분이 한국영화였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면도 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흥행작 1~3위 모두 한국영화였던 점도 이번 정부 조치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문성근ㆍ명계남 등 상당수 영화인들에게 정치적 빚을 져온 노무현 정부이기 때문에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을 최대한 미뤄왔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쌀이나 쇠고기마저 빗장이 열리는 판에 영화라고 언제까지나 빗장을 걸어둘 수는 없는 일이고, 최근 '한류'의 진출 사례로 보아도 명분이 별로 없는데 몇 해째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한미투자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뒤늦게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가 스크린쿼터의 보호막 아래 성장해 이제는 일정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스크린쿼터 축소는 시기상조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비율 유지를 위한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영화 배급 시스템과 외국의 사례. 스크린쿼터 유지론자들은 영화가 배급 시스템에 의해 상영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외국영화에 비해 턱없이 적은 한국영화 개봉 편수로는 외국영화에 대적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할리우드 직배사가 흥행 대작을 안 주겠다고 협박하면 극장은 관객이 잘 드는 한국영화를 내리고 신통치 않는 외화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연간 100편 안팎의 영화를 제작하던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10편도 채 만들지 못할 만큼 몰락하는 등 FTA로 인한 외국 영화시장의 몰락 사례를 든다. 영화인들은 99년 때처럼 당장이라도 거리로 나가 머리도 깎고 시위도 벌일 태세다. 그러나 7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때보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갑절 이상 늘어나 스크린쿼터에 대한 지지도 줄어들었고 영화인 스스로도 절박함이 무뎌진 것처럼 비친다. 반면에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통과된 것은 영화인들의 든든한 원군. FTA의 경제적 효과는 논외로 치더라도 각 나라가 자국 문화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가 국제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한미 FTA 협상에서도 걸림돌이 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48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되기는 했지만 30개국 이상의 비준으로 발효되기 때문에 아직은 효력이 없고, 더욱이 미국은 이 협약에 반대했기 때문에 쌍무협상에서 적용될 가능성도 없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정부와 영화계의 갈등은 경제계와 문화계의 대립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고 국회로도 논란이 번져갈 것으로 보인다. 2004년 7월 여야의원 38명은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도록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못박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재연되면 여야를 뛰어넘어 국회 상임위간 논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