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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2 17:53 수정 : 2006.02.22 17:53

살찐 부르주아를 풍자한 마기 마랭의 ‘그로스 랜드’

유럽 현대무용 세 안무가 리옹발레단 방한 공연 통해 독창적 작품 선보여


사샤 발츠(독일·43),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46·벨기에), 마기 마랭(55·프랑스).

유럽의 현대 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이 세명의 여성을 꼽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셋 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창성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대 발레의 메카’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예술감독 요르고스 루코스)이 이들 세명의 작품을 들고 한국에 온다. 주제는 ‘푸가’(대위법을 이용한 악곡). 슈베르트와 베토벤, 바흐의 푸가 작품을 3가지색 현대 무용으로 변주해 낸다. 이번 공연은 한-프 수교 120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3월11~1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042-610-2222), 3월15~16일 고양어울림극장(1544-1559)에서 관객을 만난다.

살찐 부르주아를 풍자-마기 마랭 <그로스 랜드>=뒤룩뒤룩 살찐, 발가벗은 육체의 거죽을 뒤집어 쓴 무용수들이 발레를 한다. 파드되(2인무)도 추고, 독무도 춘다. 남자 무용수가 육중한 여자를 치켜들 때는 실소가 터진다. 인형 놀이 같기도 하고, 만화 속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마기 마랭은 연극적 요소가 강한 춤으로 정평이 난 안무가다. 이번에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 맞춰 허위의식을 발가벗기고, 조롱한다. “부르주아들을 보면 뚱뚱한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임신했을 때, 그들처럼 뼈와 살이 육중해진 경험이 있지만, 다시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더군요.”(마기 마랭)

춤의 대위법-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그로스 푸가>=검은 양복에 구두를 신은 남자 무용수들이 베토벤의 푸가에 맞춰 춤을 춘다. 윗도리를 벗으니,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의 대조가 이채롭다. 나중엔 와이셔츠마저 벗어 흰색 러닝셔츠와 검은 바지가 대비된다. 대위법을 사용한 몸놀림은 뮤지컬적 구조를 이룬다. 케이르스마커는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성지로 올려놓은 주역이다. “그에게 신체는 음악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는 집요하리 만치 모든 해답을 음악에서 찾는다.”(무용칼럼니스트 장인주)

사샤 발츠의 신작 <판타지>=피나바우쉬 이후 독일이 낳은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로 손꼽히는 사샤 발츠는 독일 표현주의의 적자다. 탄츠 테아터의 자장 안에서 강렬한 이미지로 육체를 탐구하며, ‘누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얼마전 내한공연을 했던 얀 파브르와도 맥이 닿는다. 1997년 첫 한국 공연에서 <코스모나우텐 거리에서>로 무용팬과 연극팬 모두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은 바 있다. 2004년에는 엘지아트센터에서 <육체>를 선보여 유럽 무용계의 오늘을 확인해 줬다. 이번에는 슈베르트의 푸가로 어떤 실험을 할지 기대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리옹발레단은=1687년 설립된 리옹 뮤직아카데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대발레로 치면, 지난해 한국에 온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어깨를 겨룰만한 세계적 수준이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강력한 카리스마 아래 그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반면, 리옹 발레단은 이번처럼 여러 안무가를 초청해 색다른 실험을 자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발레단이 현대무용을 한다니 어색해 보이지만, 유럽에선 흔한 일이다. 특히 리옹 발레단은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발레에 수입하는 등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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