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2 20:17
수정 : 2006.02.22 20:17
국제디지털사진전 ‘비트맵’ 개막…10개국 젊은 작가 27명의 길찾기
디카가 대중화된 지금 누구나 사진을 작품으로 찍고 즐기게 되었다. 정작 심기가 불편해진 건 사진가들이다. 자기들만의 장인적 예술세계가 대중적 소유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또한 비용이 적고 작업이 편한 디지털 작업을 외면할 수 없게 바뀌었다. 작가 정연두씨는 “아날로그 사진도 다 디지털 스캔을 받아 현상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디지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작가의 전지전능한 위치가 바뀐 것이 디지털 사진 등장 뒤 가장 큰 변화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들이 본 디지털 사진예술의 미래는?
지난 17일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개막한 국제 디지털 사진전 ‘비트맵’은 이런 문제의식을 깐 특이한 틀거리의 사진전이다. 한국 등 10개국 기획자 16명이 추천한 작가 27명의 디지털 사진 파일을 국내의 서버에서 그대로 전송받아 출품자들이 지정한 색조나 크기대로 인화해 전시하는 방식을 취한다. 출품작가인 대만의 대니얼 리, 한국의 박형근, 처키, 일본의 마사오키 사노 등의 전송 사진들은 대도시 문명과 디지털 사회, 인간 내면에 대한 다기하고 난해한 이미지를 담는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의 몸과 인식까지 디자인하는 디스토피아를 담은 잭슨 홍의 일러스트+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인화·현상은 디지털화했지만 작업들은 형식과 내용의 행간에서 지역 문화권의 독특한 특색을 여전히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전시의 구성은 디지털 사진의 현실과 미래상을 훑어볼 수 있을 만큼 조밀하지 못하다. 전시 콘셉트가 전송 인쇄란 독특한 시스템 공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시장은 그 자체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다양하고 난해한 개념, 배경의 작품들이 잡다하게 흩어져 관객들은 그저 이색 사진들을 본다는 느낌 정도를 가질 듯하다. 들쭉날쭉한 작품 수준별 편차도 눈에 걸린다. 3월14일까지. (02)3141-726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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