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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혜은이(1977) <고운노래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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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팝의사건·사고 (40) 1977년의 신데렐라 혜은이
1977년은 문화방송에서 주최한 두 개의 가요제가 ‘테이프 커팅’을 치른 해이다. 특정 방송국에서 주최한 가요제가 시작되었음을 굳이 언급한 이유는 이들 가요제가 일회성 화제에 머물지 않고 가요계에 젊은 피를 공급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전파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소)년기를 보낸 이른바 70·80세대라면 ‘엠비시 대학가요제’가 그해 9월 처음 열렸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문화방송에서 주최한 또 하나의 가요제는 무엇일까. ‘엠비시 대학가요제’보다 4개월 앞서 열린 ‘서울가요제’다. 이듬해부터 ‘서울국제가요제’로 변경된 뒤 10여 년간 이어지며 인상적인 무대를 여럿 남긴 가요제다. 특히 1979년 윤복희가 부른 ‘이츠 유(여러분)’가 그랑프리로 호명되자 윤항기·윤복희 남매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던 모습은 현재 30대 중반 이상의 연배라면 잊지 못할 장면일 것이다. 물론 기억 속 화면은 컬러가 아니라 흑백일 테고.
마찬가지로 1977년 열린 ‘제1회 서울가요제’도 어제 일처럼 생생한 기억을 남긴 행사로 간주된다. 진미령이 ‘소녀와 가로등’을 부를 때 작곡가인 10대 여고생(요절 가수 장덕!)이 악단을 지휘하던 모습은 1년 뒤 ‘제2회 엠비시 대학가요제’에서 20대 초반의 여대생(심수봉!)이 피아노를 치며 트로트 ‘그때 그 사람’을 부르던 모습만큼이나 이채로운 그림을 남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혜은이의 ‘당신만을 사랑해’(고 길옥윤 작사·작곡)의 그랑프리 수상과 앵콜 무대였다. 앳된 용모의 혜은이가 뛸 듯이 기뻐하고 머리에 하얗게 서리 내린 길옥윤도 혜은이와 스스럼없는 장면을 연출하던 모습 그리고 노래하는 혜은이 옆에서 길옥윤이 감미롭게 색소폰을 연주하던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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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난 뒤 혜은이와 길옥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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