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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비 킴볼(보컬), 마이크 포카로(베이스), 스티브 루카서(기타), 데이빗 페이치(키보드·보컬), 사이몬 필립(드럼), 그렉 필링게네스(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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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거장들, 더 멋진 ‘자기복제’
내년이면 결성 30주년을 맞는 록밴드 ‘토토’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테크닉을 지닌 연주인 집단이다. 마이클 잭슨, 스탄 게츠 등 팝 가수와 재즈 음악인을 가리지 않고 명반마다 세션으로 이름을 빛낸 이들이 ‘토토’의 멤버들이다. 이 고수들은 각자 기량을 뽑내기보다는 조화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난해함에 편안한 당의정을 입혔다. 대중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사운드에 매료됐고 음악 마니아는 그 안에 정교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기교에 빠졌다. ‘아프리카’, ‘로제너’…. 듣기엔 부담없는데 따라하자면 악기 부분마다 진땀깨나 나는 곡들이다. 내년 결성 30주년 앞두고
“모든 것 아낌없이” 담아
돌아온 바비 킴볼의 목소리
“늙지 않았어, 지금 시작인걸” ‘토토’가 7년만에 내놓은 18번째 정규 앨범 <폴링 인 비트윈>에는 그들만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이 담겼다. 적어도 이 노장들이 자기 복제에 멈추지 않는다는 걸 입증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더욱 강렬하고 화려해졌다. 1980년대 초반 정성기 때 들려줬던 퍼커션과 키보드의 맛은 살리면서도 록의 에너지를 한껏 퍼올렸다. 변화에 앞장 선 것은 헤비메탈의 질주부터 쫀득한 펑키 리듬까지 오지랍 넓게 소화해내는 시티브 루카서의 기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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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나이 들수록 힘이 넘치는 듯하다. ‘후크드’나 ‘테인트 유어 월드’는 헤비메탈의 면모를 보여준다. <킹덤 오브 디자이어>(1992년), <마인필드>(1992년)의 맥을 잇지만 급커브를 꺾는 박자 등으로 긴장감을 보탰다. 멤버 6명 이외에 걸출한 연주인 15명이 참여해 소리의 폭을 넓혔다. ‘후크드’에서 거친 기타 소리에 엮여 들어간 풀룻마저 이물감 없이 곡의 가속도를 밟는 데 한몫한다. 이에 비해 퍼커션이 잔물결치는 ‘바톰 오브 유어 솔’은 ‘아프리카’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데 여기에 멈추지 않고 어쿠스틱 피아노와 기타가 어우러져 신선함을 곁들인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팽팽한 곡예를 펼치는 이 밴드에도 부침은 있었다. 스티브 포카로, 제프 포카로, 데이빗 페이치, 스티브 루카서, 바비 킴볼, 데이빗 헌게트 등 7명이 뭉쳐 1978년 내놓은 첫 앨범은 300만장이 팔려나갔다. ‘홀드 더 라인’이 들어있는 이 앨범을 발판으로 이들은 오르막을 탔다. 그 정점은 <토토 Ⅳ>(1982년)으로 찍었다. ‘로제너’, ‘아프리카’, ‘메이크 빌리브’, ‘아이 오운트 홀드 백’ 등 인기곡들이 빼곡하다. 신시서이저가 도드라진 그 시대 팝의 유행을 담되 과장하지 않는 절제의 미덕으로 갈무리한 곡들이다. 걸출한 연주인들의 결합인지라 멤버의 이탈은 곧 팀의 내리막을 알리는 이정표가 됐다. 첫 삐걱거림은 <토토 Ⅳ>를 내놓은 뒤 바비 킴볼(보컬)이 마약 중독으로 밴드를 나오면서 일어났다. 그 뒤 퍼기 데릭슨, 조셉 윌리암스 등이 보컬로 영입됐고 몇몇 인기곡도 나왔지만 ‘토토’의 팬들은 고집스럽게 옛 시절을 그리워했다. 더 결정적인 타격은 드러머 제프 포카로의 죽음이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리듬은 ‘토토’ 사운드의 큰 줄기를 차지하던 것이었다. 루카서가 “모든 것이 아낌없이 담긴 앨범”이라고 자신한 이번 작품엔 초기 멤버인 바비 킴벨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첫곡 ‘폴링 인 비트윈’에서 명징하게 뚫고 올라가는 그의 보컬은 ‘우리가 늙었다고? 지금부터 시작인 걸’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상큼 발랄한 록의 새로운 경향을 좇는 이들이라면 이 앨범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토토’의 1980년대식 감수성이 ‘구식’이라고 불평할지 모른다. 하지만 농익은 기량으로 우려낸 구식이 달콤쌉싸름한 감각으로만 무장한 신식보다 깊은 감동을 준다는 데는 이견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포니캐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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