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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2 18:31 수정 : 2006.03.22 18:31

몽롱함에 취해, 암울함에 젖어

영국에서 활동하는 록밴드 ‘플라시보’는 모호한 중독성을 뿜어낸다. 보컬 브라이언 몰코는 매혹적인 화장과 몸짓으로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허물며 독설 섞인 노랫말을 쏟아낸다. 1996년 데뷔 앨범을 내고 ‘오아시스’ 등이 이끈 이른바 ‘브릿팝’ 인기의 끝자락에 올라탔지만 소음 짙게 깔린 이들의 음악은 더 거칠고 암울했다.

몽롱한 암울함은 최근 내놓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메즈>에도 그대로다. 앨범 표지를 장식한 흔들리는 알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엔 1·2집에 담았던 거친 록의 에너지에 일렉트로니카 요소를 섞었다. 상실과 상처가 번뜩이는 감수성은 뚝심있게 밀고 나가되 표현의 방식은 확장됐다. 이를 생경하지 않게 버무려낸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처음부터 힘이 넘친다. 첫 세곡을 모는 동력은 담백한, 때론 뒤틀린 기타에서 나온다. 이어 등장하는 ‘스페이스 몽키’나 ‘팔로우 더 캅스 백 홈’은 ‘플라시보’의 변화를 보여준다. 컴퓨터로 만들어낸 효과음과 전자음들은 장중함을 보탠다. 특히 ‘팔로우…’에서는 뚝뚝 떨어지는 베이스와 효과음 등이 검푸른 큰 흐름을 이룬다. 서정적이고 느린 발라드도 도시의 싸늘함을 머금고 있다. ‘브로큰 프라미스’에서는 ‘알이엠’의 마이클 스타이프의 중저음과 몰코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영국계 미국인 브라이언 몰코, 영국 토박이 스티브 휴잇(드럼), 스웨덴 출신 스테판 올스달(베이스)로 구성된 ‘플라시보’는 1996년 데뷔 때부터 인기를 끌었다. 퇴폐적이리만치 아름다운 몰코의 이미지에서 사람들은 1970년대 유행했던, 화려한 치장을 앞세운 ‘글램록’을 떠올렸다. 몰코는 ‘글램록’을 다룬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 출연해 이런 인상을 굳혔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그 연장선에 있는 건 아니었다.

‘플라시보’는 두 번째 앨범을 내고 세계적인 밴드로 자리를 굳혔지만 세 번째 앨범 <블랙 마켓 뮤직>부터는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자음을 끌어들이고 소리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 변화를 시도했지만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조합이 겉돈다는 평가도 나왔다. 2004년엔 베스트앨범 <원스 모어 위드 필링스>를 내놔 이들이 해체 수순을 밟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이런 우려를 잠재울만 하다. 예민함과 거침, 여성성과 남성성,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경계를 휘휘 저어 꿈결같은 우울함을 담아냈다. 이제까지 세계적으로 앨범 450만장을 판 이들의 유혹은 여전히 강렬하다.

김소민 기자 사진 이엠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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