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0 21:42
수정 : 2006.04.11 08:26
댄스 선수권 휩쓴 최고댄서 36명
무도회로 나이트로 재즈바로
현란한 몬짓에 객석이 타오른다
춤추다 죽어도 좋아…‘꾼’들의 유혹
‘무대를 불태워라’
신록을 머금은 노란 지붕의 타이베이 쑨원기념홀 주변, 불타는 붉은빛의 포스터가 유난히 이글거린다. 전 세계 87개 도시를 불태운 스포츠댄스 쇼 ‘번 더 플로어’가 올해는 아시아에 불을 지를 모양이다. 춤바람은 지난 6일 타이완을 시작으로 싱가포르를 거쳐 4월26일 한반도에 상륙한다. 서울 올림픽홀을 5월1일까지 달굴 예정이다. 어둠이 깔리자 여고생에서 중년부부까지 쑨원기념홀 2천여석은 어느새 꽉 찼다. 밤의 리듬(영화 물랑루즈 ‘리듬 오브 더 나이트’ 편곡)을 타고 막이 오른다.
우쥬 라이크 댄스 위드 미?=강한 비트의 리듬이 잦아들 즈음 몸이 굳어 있는 관객의 귓속에 대고 유혹한다. “나랑 춤출래?” 어둠 속에서 움찔하는 순간 객석에 불이 켜진다. 와~아 하는 탄성소리와 동시에 박수가 터져 나온다. 금빛 스팽글 장식의 경쾌한 옷을 입은 댄서들이 객석 사이사이에서 현란한 몸짓으로 춤을 춘다. 무대에는 남녀댄서가 짝을 이뤄 격렬하게 몸을 흔든다. “어서 내 손을 잡아주오” 흐느적거리는 재즈보컬은 관능의 서곡. 정열을 불태울 준비됐나요?
|
〈번 더 플로어〉2막7장중 ‘키스 오브 파이어’ 부분. 도발적 의상의 남녀가 섹시한 춤을 추고 있다.
|
가면무도회= 가려진 막이 올라가며 무대는 두 배로 넓어진다. 로맨틱한 기운이 감도는 19세기 유럽의 무도회장. 우아한 은보라빛 의상을 입은 한 쌍의 댄서가 느린 템포의 왈츠에 맞춰 환상적인 춤을 춘다. 서로를 바라보는 애잔한 눈빛. 이들은 메인 댄서인 서그든 부부다. 1994년에 만나 2002년에 결혼한 이들은 호주 대표로 5년간 활약하며 아시아태평양선수권 4년 연속 챔피언 등 각종 대회를 휩쓸다 초연 때부터 합류한 베테랑이다. ‘강약약 강약약’ 템포가 빨라지는 ‘캐러셀 왈츠’로 바뀌자 검은 가면의 댄서 6쌍이 나와 파트너를 바꿔가며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돈다. 봉긋 부풀린 후프 스커트와 볼룸댄스의 낭만에 젖어들 즈음….
광란의 도시= ‘퉁퉁퉁투퉁 찌이익 타따타타타 쓰으윽….’ 우아하게 왈츠를 추던 댄서가 드레스와 연미복을 잡아 찢는다. 체인이 달린 가죽 팬츠의 남성과 초미니 가죽 스커트의 도발적인 여성으로 대변신.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전환이다. 무도회의 낭만은 도시의 어둠으로 바뀌고 북소리의 강렬한 비트에 남녀커플은 자극적 스텝을 밟는다. 밤새 춤추는 나이트클럽의 열기를 재현한다. 차차차 리듬은 현대적인 펑키 재즈와 섞여 댄스 파노라마는 무한 확장된다. 살사냐 탱고냐 폭스트롯이냐 구분하려 드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냥 즐길 일이다. 잔잔한 근육이 조각처럼 박힌 댄서들의 몸 자체가 감동.
스윙걸스와 스윙보이스= 1940년대 스윙재즈시대 속으로! 물방울, 체크, 꽃무늬의 귀여운 의상들, ‘춤추는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36명의 댄서가 모두 나와 팔을 앞뒤로 혹은 좌우로 휘저어댄다. 무대가 좁다. 객석 통로로 쏟아져 내려와 관객 코앞에서 손가락을 찔러대며 흥겨운 스윙을 춘다. “컴온, 컴온.” 스윙의 대표곡인 ‘싱 싱 싱’이 흐르면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된다. 20대 여성 관객 리아오는 2막7장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흥겨운 부분”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 춤’ 하는 사람이라면 꼭지점 댄스, 맷돌 댄스, 효리춤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
렛츠 댄스= 흥분의 도가니 잠시 진정.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뜬 베르사체 디자인의 의상에 주목하라.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이 모던하다. 공연 시작전 무대 뒤에서 봤던 커다란 흰색 부채 소품이 분홍빛으로 변신한 것은 순전히 조명디자이너의 힘이다.
카르멘과 투우사= 남자 둘과 여자 하나, 삼각관계에 놓인 질투의 격정은 강렬하다. 빨강, 초록, 노랑, 파랑…원색의 스커트가 휘휘 돌고 파사도블레, 플라멩고, 룸바, 탱고의 라틴리듬을 따라 움직이는 발바닥엔 불이 붙는다. 남성댄서는 투우사 몸짓의 검은 망토를 휘저으며 색다른 안무를 선보인다.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는 클래식기타의 음률이 감정을 더욱 격정적으로 몰아간다.
엉덩이가 화끈화끈= 피날레 무대는 불꽃이 피어오른다. 물론 세트이다. 그러나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객석으로 옮겨 붙어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어서 나의 불을 당겨줘.(엔딩곡 ‘라이트 마이 파이어’)
|
(왼쪽)베르사체 의상의 댄서들 (오른쪽)경쾌한 리듬의 스윙춤을 추는 모습
|
타이베이/글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서울예술기획 제공
|
왈츠·스윙·차차차…13가지 춤으로 엮은 2막7장 댄스쇼
‘번 더 플로어’는 왈츠, 스윙, 차차차, 삼바, 룸바, 탱고 등 13가지의 스포츠댄스를 세련된 안무로 녹인 댄스 버라이어티쇼다. 2막7장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대사는 없다. 대신 3옥타브를 넘나드는 앤젤라 틱의 재즈 보컬과 락 콘서트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대로 꾸며진다. 베르사체, 모스키노 등 유명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618벌의 의상, 342켤레의 신발, 61개의 모자, 51개의 마스크와 고글 등 의상만으로도 화제가 될 정도. 공연 아이디어는 1997년 엘튼 존의 쉰살 생일파티에서 따왔다. 생일초대 손님이던 프로듀서 할리 메드카프가 환상적인 댄스 퍼포먼스에 매료돼 전 세계 댄서의 고수들을 불러 모은 것이 시작이다. 이렇게 뽑힌 15개 나라 출신 36명의 댄서는 모두 댄스선수권대회 수상자들이다. 아시아에서는 2002년 일본무대에 처음으로 올려졌으며,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제치고 흥행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02)548-4480. burnthefloor.co.kr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