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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9:32 수정 : 2006.05.22 19:32

30여년간 200여점 수집 월드컵 주최국 이해 높이고파

[이사람] 희귀 맥주잔 전시회 연 이요셉씨

독일계 기업인 ’카즈 앤드 모어’ 서울 지사장인 이요셉씨(62)는 독일 맥주잔 수집광이다. 2003년 한국에 부임하기 전까지 30여년 동안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살면서 그의 유일한 취미는 희귀한 맥주잔 수집이었다. 주말이면 그는 어김없이 지방의 벼룩시장을 훑으며 ’물건’을 찾았다. 때론 한적한 시골 민가까지 찾아서 그 집안의 가보를 얻었다. 젊은 시절에는 수집 비용을 대기 위해서 통역 등 부업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희귀 독일 맥주잔이 200여점이다. 수집광의 물품치고는 많진 않지만 알찬 컬렉션이다.

그의 수집품 중 일부인 약 100여점이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6월 10일까지 전시 중이다. 이 전시를 위해 그는 독일에서 보관 중이던 수집품 전체를 자비로 공수해왔다. 종이 상자 22개 분량이었다. 그는 "독일에서는 맥주를 기호품이나 술이 아니라 식품으로 본다"며 “그래서 독일인들의 잔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부 독일 맥주집에서는 단골의 전용 맥주잔을 따로 보관했다가 잔의 임자가 오면 꺼내놓을 정도다.

그에 따르면, 유럽 중세 때 맥주잔은 마시는 사람의 부와 권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신구였다. 이 지사장은 “은이나 도자기 잔에 갖가지 세공 기술로 문양이 새겨지는가하면, 상아를 깎아만든 것 등 갖가지 기교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맥주잔은 또 종류 별로 주석과 은, 도자기, 유리,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유리잔에 대부분의 맥주잔이 밀려난 상태다.

그가 맥주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 즈음. 73년 대학 재학 중 해외개발공사를 통해 독일로 간 이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무렵, 아는 사람을 통해 맥주잔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맥주잔을 한두개씩 집에 들여놓으면서 “쓸 데 없는 거 왜 자꾸 사오느냐"는 부인의 핀잔도 늘었다. 그래서 가족의 눈을 피해서 새로 사온 맥주잔을 집의 지하 창고나 차에 숨겨두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는 "희귀 맥주잔을 하나 사와서 깨끗이 씻은 다음 차분히 감상할 때의 기쁨은 형언할 수 없어서" 수집품을 조금씩 늘렸다.

독일 국적을 가진 이씨는 "월드컵 덕분에 개최국인 독일에 대한 관심이 불어나는데, 내 전시품이 그 이해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품을 굳이 응원전이 벌어지는 서울 시청 앞에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는 독일에서 다니던 회사에 3주 휴가를 내고 부산으로 건너와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이 맥주잔 수집광은 맥주를 얼마나 마실까. 그는 “500cc 한 잔이 한계”라며 웃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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